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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잡동사니/Books

by 금강력사 2010. 9. 2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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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달인,호모 쿵푸스
고미숙 저
예스24 | 애드온2

공부의 달인 호모쿵푸스

 

‘호모 쿵푸스’ 참 특이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이 쿵푸는 다름이 아니라 11억 대륙의 그 쿵푸다. 작가는 서문에서 공부는 몸으로 하는 것이기에 쿵푸스라는 단어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공부의 달인이 호모 쿵푸스라..... 아리송한 구절이 아닐 수 없다.

공부의 달인이 호모 쿵푸스에 연관 짓는 것이 우리에게는 굉장히 어색하다.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왠지 안경을 낀 얌전한 ‘범생이’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현실적으로 꼭 그렇지만도 않다. 재학중인 많은 학우들 중에서는 나를 포함하여 지덕체를 겸비한 친구들이 많다.

서두에 책의 내용을 조금 벗어난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라는 이름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은 다름 아닌 ‘이소룡’이다. 이소룡은 무술인으로서 널리 알려졌고, 영화배우로서 널리 알려졌다. 그와 동시에 영화감독으로도 다 알려졌다. 하지만 이소룡이 홍콩에서 중국 철학을 공부한 수준급의 철학자라는 것은 그에 대해서 평균 이상의 관심을 가진 사람 정도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가 물에 대해서 이야기한 인터뷰는 잘 알려진 내용이다. 이소룡은 중국 철학 뿐만 아니라 엄청난 독서량을 지닌 지식인이었다. 달마대사는 소림사를 만들었고, 소림무술을 전파했다. 최근 영화화 된 공자 역시 거구에 무술과 전술에 능한 사람이라고 알려졌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백범일지에 기록된 김구 선생은 왜구 두셋은 혼자서 처리할 정도의 정력가였다. 지덕체를 겸비한 영웅호걸은 의외로 많다. 이들이 호모 쿵푸스의 선배들이 아닐까?

이 책은 신체적 중요함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지덕체를 겸비하라고 역설하는 책도 아니다. 정말이지 달인의 공부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책이다. 진짜 공부는 자본과 결합된 고도 지식인 계층의 그런 공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현대 대학의 대부분 학문(학문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운)은 자본을 혹은 시장을 어떻게 컨트롤 하고 이용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경영학과를 졸업하면 기업에서 경영을 하지만, 국문과를 졸업하면 기업에서 광고카피를 생각한다. 중문과를 졸업하면 해외영업을 한다. 기계를 사랑해서 공학을 공부하는 공학도의 열정과 비교가 되지 않는 인문학도의 빈약한 공부 모티브는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로 학계에서 표현 된다. 책에서는 어린아이들의 공부 목적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 하지만, 나의 공부는 10억을 벌기위해서 공부한다고 대답하는 아이의 그것과 무엇이 다른가 생각해 봐야 한다.

 

작가는 현대 공부문화에 대해 의문을 제기 한다. 학교교육, 공부에 나이에 대한 일반적 통념, 독서와 공부의 분리 등 우리가 지금까지 공부에 정설이라고 믿어 왔던 것들에 대해 반기를 든다. 학교를 떠난 공부가 진짜 공부이고, 공부에는 때가 없다. 그러니까 나이가 몇이든 어디에서는 공부를 하는 것이 옳다. 아니 오히려 학교라는 장막과 나이에 대한 압박이 진짜 공부, 즉, 독서에 바탕을 둔 살아있는 공부에 큰 장애물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런 통념적인 공부들이 아이들이 10억을 벌기위해 공부하게 만들고, 창의력이라고는 찾기 어려운 창의력 교육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진짜 공부란 무엇인가? 다행히 책에서는 문제만 제기하지 않고 구체적인 방법을 말해 준다. 우선 입시 위주의 공교육과 실용의 탈을 쓴 자본 교육에 의해 철저하게 배제 된, 고전의 중요함이 역설 된다. 고전이란 우리에게 미-래를 사는 지혜를 주는 중요한 텍스트이다. 왠지 내가 또 자본의 논리로 책의 주장을 지지하기에 조금 서운한 맛도 있지만, 고전의 역설은 현재 가장 미래지향적인 CEO로 여겨지는 스티븐 잡스를 떠오르게 한다. 그가 지금 그 자리에 있기 까지 수많은 방황과 그 방황 속에 진정한 공부가 있었다. 인도에서 집시 생활을 하며, 과거를 탐닉하고 진정한 배움의 시작을 가진 그는 미래를 보는 통찰력이 폭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범인들도 고전을 통해서 잡스의 경험들을 할 수 있다. 굳이 인도에서 집시생활을 하지 않더라도, 선대의 통찰력을 빌릴 수 있는 것이 바로 고전이다.

구체적인 공부의 방법으로 ‘코뮌’이라는 공부네트워킹, 암송과 구술, 그리고 다시 한 번 독서의 중요성이 검토 된다. 지금 현실로 이루어 질 것 같지 않은 독특한 공부 방법 ‘코뮌’과 암송 구술은 사실 과거에 널리 사용되었던 방법이다. 도제 제도. 서당식 교육. 하늘천땅지. 등 대표적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다. 이런 교육의 방법들이 현대 통합적 지식 함량의 요구에는 부합하지 못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이런 교육 방법들은 과거 시대의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철학자들과 학자들을 배출 해 냈다. 아리스토텔레스, 공자 외 子들, 갈릴레이, 다윈, 뉴턴 등 시대의 흐림을 바꿔버린 사람들의 공부 방법을 본다면 현대의 그것 보다는 지은이가 책에서 말하는 다소 후지게 보이는 교육에 더 가깝다. 현대식 교육이 앞으로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학자들을 배출해 낼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보고 판단할 일이다. (최소한 판사, 회계사, 의사 등 전문 지식인은 과거보다 훨씬 많이 배출한다.) 그리고 책에는 이런 교육을 바탕위에 스스로 글을 써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암송을 하고, 글을 많이 쓰면 몸이 건강해 진다는 등 다소 유치한 주장도 귀엽게 받아 줄만 하다.

진짜 공부를 했을 때 행복해 진다는 희망적인 결론으로 작가는 시작과 마무리를 한다. 학교를 졸업하면 많은 사람들이 책을 덥고 노예 같은 삶을 살기 시작하는 현대사회를 조장한 학교를 통한 공부와 달리, 혹은 끊임없는 자기 발전을 통해 성공가두를 달리는 자본 지향적 공부와는 다르게 평생 일대사로서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으로서의 공부를 제시한다. 지은이의 지적 네트워크와 경험들을 이야기 하면서 공부라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 다시 한번 강조된다. 나 역시 어릴 적 성적이라는 목표 없이 과학 서적들을 보면서 즐거워했고, 외할아버지의 서당을 따라다니며 글을 쓰는 것 자체를 놀이로 받아 들였다. 생각해 보면, 그 당시 익혔던 것들을 바탕으로 고등학교까지 입시교육을 버텨 온 것이다. 공부란 즐거운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지식의 힘이 가장 중요시 되는 시대가 되었다. 한동안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갈 체제인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유지하고 컨트롤 하는 것은 자본과 결합된 고도의 지식인 계층이기 때문이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들은 최고의 지식수준을 검증 받지 못한 사람은 나라의 대표자로 선출하지 않는다. 최소한 선출과정에서 수많은 지략들이 대결을 펼친다. 한마디로 똑똑한 사람이 왕이 되는 시대다. 하지만 자본 지향적이고 권력 지향적인 종류의 지식은 이 책에서 말하는 공부를 통해 얻는 것들과 거리가 있다.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는 이 시대의 지식집단과는 거리가 있다.

취업을 위해서 달리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나에게 이런 책들을 읽는 것은 다소 리스크가 큰 일이다. 한국경제를 지지하고 있다고 자타가 생각하고 있는 소위 대기업들은 혹은 CEO출신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한국 사회는 일반적으로 이런 공부를 원하지 않는다. 분야의 전문가로서 경쟁에서 승리를 따내는 공부를 원하는 기업들은 공부와 자기 발전이라는 덫으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도구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진정한 공부를 하면서 소박한 즐거움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행복을 보여준다. 우리 가족 구성원은 대부분 이런 삶을 살고 있다. 덕분에 나는 서울에 집이 없으면 등급을 한참 떨어트려 버리는 결혼 정보회사의 좋은 신랑감으로 등록되진 못한다. 이제 다소 지금까지 내가 보고 배운 호모 쿵푸스의 삶에서 방향을 전환해 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치 나 자신처럼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공부의 달인 호모쿵푸스로의 삶을 선택하는 것 자체에 큰 곤혹감을 느낀다. 더 아이러니 한 것은 그나마 호모 쿵푸스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을 것이지만,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원하는 많은 사람들은 책의 존재 자체도 모를 것이다. 과연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듣고, 볼 눈이 있는 사람은 보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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