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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함께 읽기

잡동사니/Books

by 금강력사 2010. 11. 14.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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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함께 읽기
여럿이 함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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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함께 읽기

 

솔까(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나는 신영복 선생님을 잘 알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본인을 진보 진영 미래 패러다임을 이끌 사람 중 한명이 될 것이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부끄럽게도 빈약한 독서량과 역사에 대한 관심 부족 외 기타 등 등의 핑계로 신영복 선생의 책을 단 한권도 정독해 보지 못했다. 그래서 ‘신영복 함께 읽기’를 내가 함께 읽을 자격이 있는지부터 의심해 본다.

역시나 그랬던 까닭에 처음 ‘여럿이 함께 쓴’ ‘신영복 다시 읽기’를 읽는 것이 참 힘들었다. 각 장마다 바뀌는 문체와 선생에 대한 사전 지식의 부재로 공감하기 힘든 감동 포인트, 거기다 잘 알지 못하는 시대적 배경의 언급은 이 책을 단번에 읽기에 힘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꾸역꾸역 책을 펼치다 보니 부모시대에 대한 이해와 궁금증이 자극이 되기 시작하고 그 자극은 끝내 한국 진보 진영의 철학 아이콘인 신영복 선생에 대한 궁금증을 만들어 냈다.

 

책은 1부_신영복을 읽는다, 2부_신영복을 말한다, 로 구성 되어 있다. 신영복 선생의 책을 읽지 않아서 읽기가 개인적으로 힘들었다는 이야기는 앞서 언급했다. 하지만 선생에 대한 나의 궁금증이 자극이 된 이후 ‘2부_신영복을 말한다.’를 읽는 것은 상대적으로 재미있었다.

 

개인에 대한 언급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그 친구에게 허락을 받지 않았기에), 탄탄한 -사 코스를 밟고 있던 친구가 돌연 그 학업을 포기하고 신영복 선생이 있는 성공회대 대학원에 진학을 하였다. -사 코스를 그만 두고 다른 길을 가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왜 성공회대냐? 라고 했을 때 ‘면접 때 신영복 선생을 만났다.’라는 대답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신영복 선생을 알고는 있었지만 다시 한번 나의 무식함으로 그 당시에는 그 대답이 크게 와 닫지 못했었다.

과거 경영학 관련 서적들 특히 ‘피터 드러커’의 책을 읽으며 그와 연결되어 있던 방대한 지적 네트워크에 대해서 부러움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신영복 함께 읽기’의 2부를 읽으며 성공회대 철학 대학원에 진학한 친구에게 더 큰 부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 당시 그 친구가 상기된 목소리로 신영복 선생의 이야기를 했었는데 충분히 이제야 그 기분을 이해할 수 있다.

신영복 선생은 단순히 독재 이후 진보세력의 철학적 아이콘일 뿐만 아니라 그들을 현재에도 실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연결해 주는 구심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친구는 그들의 리그에 들어간 것이다. (친구를 통해서 그 리그에 들어갈 기회를 노려 보려한다.)

책에서 신영복 선생의 지인들이 이야기하는 선생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그의 삶을 3자 입장에서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자서전이나 평전도 좋지만, 옴니버스 스타일의 편집을 통해 다양한 시각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보는 것은 독자의 관점 역시 유효한 선택 선상에 오를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기에 일괄적 관점에서 써 내려가는 서사성 기술 보다는 독자에게 더 많은 현실감을 주는 선택인 듯하다.

개인적으로 2부를 읽으며 조금 앞선 시대를 살아갔던, 나의 조부모님들의 이야기와 그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후 역사를 대학가에서 보내셨던 나의 부모 시대의 이야기들이 마치 하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다른 영화처럼 내 앞에 펼쳐졌다. 재미있게도 신영복 선생의 지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지성인으로서 그 중심에 계셨던 신영복 선생과 같은 시대 다른 어딘가에 계셨던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하셨던 나의 부모님에게도 존경심을 느꼈다.

 

이 시대에 대학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성인으로 사는 것이라는 것은 정말이지 어려운 것이라고 느끼게 된다. 패러다임이 명쾌하지 않고, 구심점의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우리 젊은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 역시 안개 속에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우리 세대는 개인 고민의 종류가 너무 많다. 이런 글을 쓰면서도 여러 가지 고민이 나를 괴롭게 만들지만, 그런 이야기들은 다음기회로 미루자.

2010년을 사는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신영복은 누가 될 것인가? 우리 후세대는 누구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들의 부모시대를 추억하고 존경할 것인가? 나의 자식들에게 ‘너희들에게 경제적으로 부족하지 않은 보통의 삶의 환경을 제공해 주기위해 너의 부모들은 취업에 힘썼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이제는 우리의 리그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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