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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남원

잡동사니/bike

by 금강력사 2011. 5. 1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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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양에서 남원행 버스를 탔다. 버스 짐칸에 자전거를 실으려고 하니 기사님이 뭔가 불만스러운 말투로 궁시렁 궁시렁 잔소리를 하신다. 수도권에서는 한마디도 들은적이 없는 짐칸 자전거에 대한 불만 석인 잔소리. 그 잔소리가 '좋다, 나쁘다', '친절, 불친절'을 떠나서 지방의 특색이라고나 할까. 아쉽다면 그 특색이 나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로 표줄되었다는 것. 그렇다고 버스기사 한분을 통해서 지방색을 모두 싸잡아서 규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도 태생이 거창군. 지방 산골 사람이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기사님 바로 뒷자리에 앉아서 창밖 풍경을 감상하고자 하였으나, 다시한번 난폭한 기사님의 잔소리가 시작된다. 음악을 듣고 있었던 지라 무슨 이야기인지 몰라 되물었더니 역정을 내시며 다리를 꼬고 앉지 말라고 한다. 다분히 공격적이다. 나 역시 그다지 얌전한 사람은 아닌지라 벌떡 일어나서 너털웃음을 웃으며 뒷편자리로 옮겼다.
 서울 생활을 십년째. 가끔씩 고향을 갈때마다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불친절함에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다. 어린시절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들이던 것들이 도시 생활 좀 했다고 불편해진 것일까?
 아무튼 이 버스 기사님의 역정은 단순히 지방의 무뚝뚝함이나 서비스 정신의 부재와는 차이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생각을 해 본다.

 익숙하지 않은 모습에 대한 불편함? 익숙하지 않은 디자인의 자전거와 익숙하지 않은 소형침낭과 메트리스가 매달린 클래식한 이스트팩 가방을 맨 모양. 그리고 색 바랜 청바지. 파란색 모자. 어떻게 보면 히피스러운 티셔츠. 최소한 십여년 이상 함양 남원 지리산길에서 버스를 운행하고 계신 기사님의 주요 고객과 만나왔던 사람들은 현지 산골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최근들어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은 등산객들의 수가 많아 졌을 것이고, 지리산 둘레길이 유명세를 타면서 관광객들도 꽤 왔을 것이다. 그래도 예측 가능한 범위내의 사람들이 었을 것이다. 반면 나의 모습은? 평범한 듯 다르다. 이렇게 저렇게 그 기사님에게 나는 최근에 만난 가장 이질적인 사람이었을 것이라. 그 덕분에 고된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타겟이 되었을까?
 
 1000만명이 모여사는 도시 서울. 그리고 100만 단위를 가뿐하게 넘기는 한국의 대형 도시들. 그 도시들에서는 이질적이란 것을 느낄 기회가 잘 없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늘상 도심을 거닐고, 평생 이름도 모르고 살 사람들을 매일 매일 지나친다. 다른것에 익숙한 도시 사람들은 다르다는 것에 대해서 공격성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적응 했다고 해야할까?
 아마존 밀림속의 야생 동물들은 사람을 처음 봤을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함에 다가올까? 멀리 갈 것 없이 조선시대 서양인을 처음 보았던 한국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작은 사회의 평온함에 적응한 생물체들은 이질적인 것에 대해 공격적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것에 대한 공격성은 세대간의 갈등으로도 이어진다. 표면적으로 내가 다리를 꼬으고 앉아 있다는 것에 대한 기사님의 역정은 세대간 갈등으로 비춰 졌다.
83년생 29세인 나는 지금 젊은 세대와는 또 다른 세대이다. 실제 정서적으로는 올드 제네레이션이다. 정서적인 것이 무슨 상관인가 겉으로는 그저 여행다니는 젊은 한량으로 보였을 것이라. 나이 지긋한 기사님께 자전거 어디 실으면 되나? 남원행 버스가 맞나 라고 부러지게 확인을 하는 나의 모습은 극존칭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다소 건방져 보였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
 캘리포니아에서 젊은 친구가 컨버터블을 타고 달리며 담배를 피우면 영화의 한장면 처럼 보이지만 서울시내에서 똑같은 장면이 연출되면 꼴불견이 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일까? 지극히 일상적인 것을 했던 나의 모습은 어린놈의 건방진 행동으로 비춰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
 아무튼 예민한 기사님 덕분에 이런저런 생각도 해보고 여행의 시작을 지역과 세대의 특성에 관한 고민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생각은 그만하고 두 풍경에 집중해보자.
 함양과 남원은 지리산 자락을 잇는 두 도시이다. 그러다 보니 함양 남원행 버스의 창밖 풍경은 봄 신록내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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