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코리아데이.
한국의 오늘 밤은 얼마나 들떴을까? 여기도 마찬가지다. PE는 온통 한국열풍이다.
축구에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같은 숙소에 묶었던 케이프타운에서이 온 사우스 아프리칸무리들과 젊은 사자 같은 친구 동욱이와 경기를 보러 갔다. (동욱에 대한 이야기는 후에)
솔직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모두 다 봤을 것이다. 한국의 엄청난 플래이를. 만나는 도시의 무리들 마다 코리아를 열광 했다. 그리스 애들 빼고. 특히 숙소에서 같이 간 ‘키간’이라는 녀석은 한국을 응원한다고 하도 소리를 질러서 목이 다 쉬었다. 오늘은 Korea day.
밤 늦게까지 같이 아르젠티나 나이질, 영국 미국 경기를 같이 보고 먹고 마시며, 열광했다. 힘들어 죽겠다.
한국의 경기를 보고, 동욱이와 둘이 걸어서 크리켓 경기장으로 갔다. 크리켓 경기장에 큰 스크린을 설치해놓고 축구를 계속 보여줬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고, 개과 동물. 좋게(??)는 늑대, 안 좋을 땐 가끔 하이에나에 비유를 하곤 했는데, 아프리카에서 5개월간 여행중인 이 친구는 내가 느끼기엔 어린 사자 같다. 처음 봤을 때 래게머리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 사자 같이 보였나 보다. 동욱이는 나를 만나기 전에 허리에 칼이랑 몽둥이를 차고 다녔다고 했다. 나는 가기 전에 사실 톰파(경찰들이 쓰는 곤봉같이 생긴 무기)를 하나 들고 갈 생각이었는데, 나중에 마음을 바꿔서 전성기 때 100미터 달리기 실력을 되찾기로 했다. 나는 잘 달리는 편이다. 멀리뛰기는 짐승처럼 할 수 있다. 아무튼 위기상황에서는 튀는게 최고라는 생각에 단거리와 장거리를 주기적으로 달려줬다.
아무튼 아시아에서 온 늑대 한 마리와 사자 한 마리가 어슬렁 거리면서 과거에는 좀 살았지만 지금은 빈곤층이 살고 있는 마을을 가로질렀다. 서로 의지가 된다. 역시나 동네양아치들이 수작 질 이다. 이번엔 혼자였으면 좀 위험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길거리에서 누가 건드리면 승질 내고 윽박질러서 쫓아 버렸는데, 이번엔 젊은 무리다. 아무튼 이놈들이 돈 있냐고 묻길래, 됐다고 하고 무시한다. 사실 별로 긴장도 안된다. 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서 마인드 컨트롤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냥 그려러니 한다. 동욱이도 늘 대비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는 녀석이었다. 그래도 젊은 사자는 좀 위험해 보인다. 실재로 한번 동네 흑인들이 도와 주지 않았으면, 지역 건달들에게 크게 당할 뻔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나는 달린다.
크리켓 경기장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보고 있다. 여전히 코리아 이야기를 한다. 주변엔 벼룩시장과 난전이 형성되어 있다. 역시 이곳에도 수작 질 하는 찐따들이 있다. 이젠 신경도 안쓴다. 아무튼 여기에 오니 한국 애들이 좀 있었다. 붉은 악마들은 절대 아니다. 한국에서 바로 온 서포터들은 당연히 하나도 없고, 대부분 외국에서 산지 오래 되었거나, 다른 나라 국적을 가진 한국인 이세들이다. 서로 영어로 이야기 하는 게 더 편하다. 난 아닐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뉴욕에서 온 애, 케이프타운, 오스트레일리아 등 영미권 애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신나게 같이 경기를 보다가 각자 갈 길로 갔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만난 오스트레일라아 남자는 한국에서 일했단다. 삼성이란다. 이제 내가 삼성에 다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안하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 하겠다만, 그 사람도 역시 삼성에서 사람들이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스마트 하게 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그냥 하루 종일 회사에 있다가 누군가 일을 시키면 하는 방식이 자기랑 맞지 않아서 다른 곳으로 갔다고 한다. 퇴근하고 술도 너무 많이 먹는다고 자기는 좀 이해가 안된다고 한다. 당연히 이해가 안되지. ㅎㅎㅎ. 내가 보기엔 매니져 급 이상직급인 듯 하다. 지금은 뉴욕에서 일한다고 했다. 내가 부럽다고, 나도 너처럼 일하고 싶은데, 커리어를 쌓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더니, 정말 원한다면 자기가 길을 보여주겠단다. 근처 바들에서 저녁에 있을 거라며 보자고 했는데 역시 다시 보지는 못했다.
밤에 근처 바에서 다시 보기로 했으나, 숙소 있는 애들과 밥 같이 먹고 같이 티비를 보다 보니 그들과 어울릴 기회가 없었다. 다들 각자 갈 길을 갔겠지. 이 녀석들이 캐이프타운에 오면 절대 숙소에 가지 말고 자기들한테 연락하란다. 나도 그럴 생각이다. 오늘 밤엔 캠핑을 한다. 텐트를 벌써 뒷 뜰에 쳐 뒀다. 캠핑하면 하룻밤에 90랜드다. 내가 텐트를 왜 들고 다니겠나? 당연히 쳤다. 좋다. 나의 에어매트, 침낭, 텐트 세트의 위력을 다시 발휘 할 때이다.
6.14-감기확정 (1) | 2010.07.07 |
---|---|
6.13-개인정비 하려고 했으나. (0) | 2010.07.07 |
6.11-가고 또 가고 (0) | 2010.07.07 |
6.10-어지럽게 즐김. (0) | 2010.07.07 |
6.9-더반 도착 그리고 many many things. (0) | 2010.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