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케이프타운 도착.
아침에 케이프타운이 도착했다. 언덕을 해가 밝아오자 가든루트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밤에 버스를 타다가 잠깐 깨면 계속 비가 왔는데 아침이 되니 비가 그치기 시작한다. 정말 멋진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솔직히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처음 보는 광경임은 틀림없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광경 같다.
처음 반지의 제왕 저자 누구가 드라켄버그에서 영감을 받아서 쓰기 시작했다고 했는데, 영화는 뉴질랜드에서 찍었다. 하지만 확실히 반지의 제왕의 고향이 남아공임은 틀림없는 듯 하다.
케이프타운에 도착하자 정신이 없다. 감기기운도 감기기운이지만, 여기저기서 택시 안타냐고 앵겨 붙고 난리다. 바로 나미비아 비자를 받으러 갔다. 남미여행을 하고 남아공으로 왔다는 한국 사람을 만났는데 좀 찝찝한 스토리가 있다. 같은 민족끼리 안 좋은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으니 구전으로 하기로 한다.(결국 하긴 하는 거구나.)
PE에서 만난 케이프 타운 패거리가 자기들 전화 번호를 주며 연락하라고 했기에 전화를 했다. 한명은 월드컵 경기를 보러 다른 곳에 갔다고 했고, 한명은 된다고 했다가 안된다고 했다가 난리다. 아무튼 숙소를 잡을까 말까 하다가 일단 정모를 좀 모아 본다. 그러다가 투어리슴 인포메이션에 가방 맡길만한 곳이 없냐고 하니 그런 곳은 없다고 한다. 한참 고민을 하더니 나보고 따라 오라고 하더니 자기들 창고를 열어줬다. 땡큐.
배낭을 벗어버리니 훨씬 몸이 가볍고 뭔가 할 의지가 생겼다.
케이프타운은 확실히 관광도시이다. 테이블마운틴이 정말 멋지게 도시 뒤에 딱 서있고, 앞으로 바다가 펼쳐져 있다. 이 도시의 풍경은 와서 보지 않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사진이 있으니 참고했으면 한다. 사실 더 좋은 사진들, 내가 찍은 것이 아닌 전문 기자들이 찍은 사진들을 보면 더 잘 알 수가 있다.
가볍게 걸어서 항구까지 갔다. 미국 도시들과 정말 비슷하다. 아무래도 유럽인들이 비슷한 시기에 개척한 도시들이고 계속 그렇게 발전을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볼티모어, 보스톤과 느낌이 너무 비슷하다. 정말 돌아다니기는 좋지만 솔직한 내 심정은 아프리카답지 않아서 좀 어색하다고나 할까?
밤이 되니 아프리카답다. 정말 짜증이 났지만, 처음 자기집에 와도 된다고 하는 녀석이 오후 4시 즘이 되어서 자기 부모님이 손님이 있어서 안 된다고 한다. 결국 배낭을 찾아서 long street의 백팩커로 갔다. 250랜드. 큰 돈이다. 내일은 다른 애가 자기집에 와도 된다고 하는데 사실 그것도 잘 모르겠다. 한번 믿어봐야지 별 수 없다.
롱스트릿에 범죄가 많다고 하더니 엉망이다. 앵겨 붙는 거지만 벌써 몇 명째인지 모르겠다. 어떤 쪼그만 녀석이 달려들면서 토박이 양아치가 관광객 놀리듯이 한다. 죽빵 날릴 뻔 했다. 싫다. 일단 컨디션도 너무 안 좋고 배가 고프다. 좀 쉬고 싶다. 오늘 푹 자고 내일 회복을 해야 다시 좀 구경도 하고 놀 수 있을 텐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곧 북한과 브라질 경기가 열린다. 북한을 응원하는 사람은 본적이 없다. 다들 나한테 사우스코리아는 어쩌냐고 묻는다. 나는 당연히 우리는 같은 민족이니까 북한을 응원한다고 했지만, 솔직히 다른 한국인은 어떤지 대답할 수가 없다. 그러다가 정말 웃긴 광경을 보고 말았다. 외국애가(알고보니 미국) 북한을 응원하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너무 웃겨서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어디서 이 티셔츠 샀냐고 하니 인터넷으로 샀다고 한다. 아무도 북한을 응원하지 않을 것 같아서 자기는 북한 서포터가 되기로 했단다. ㅎㅎㅎㅎ 오늘의 훈훈한 이야기.
백팩커스의 오늘의 블로그를 쓰고 있는데, 역시다 한쪽 테이블에서 이야기가 펼쳐졌다. 지금 내가 묶고 있는 백팩커스는 longstreet bp다. 잉글랜드 깃발이 걸려있는 만큼, 대부분 영국 애들이다. 옆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애들은 네덜란드 커플과 영국의 남자 이인조다. 축구 팬들은 좀 이야기 거리가 없는데, 두 쌍 다 여행을 좋아하는 듯 하다. 한참 조용히 듣고 있다가 (글을 쓰면서) 나도 이야기에 참여를 했다. 사실 별 이야기는 없었지만, 여행이야기 조금, 남한 북한 이야기 조금 했다. 곧 브라질과 북한의 경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있는데 영국 애들이 자기들이 먹던 스파게티가 좀 남아서 네들란드 커플에게 물어본다. 그리고 나한테 물어본다. 당연히 먹어줘야지. 사실 저녁이 좀 부실했었다. 맛도 괜찮다. 수염을 기른 영국애가 ‘인조이~’이러면서 서빙하는 흉내를 내더니 다 먹고 나니, ‘Do you need bill?’이러면서 접시를 가져간다. 내가 한다고 했더니 괜찮다며 들고 가버린다. 역시나 훈훈하다.
축구경기가 끝났다. 다들 북한이 생각보다 너무 잘한다고 난리다. 나도 솔직히 좀 흥분이 되었다. 중계에서 케이터가 ‘코리안’,’코리안’ 할 때 마다. 불끈 불끈 한다. 케스터도, 같이 축구를 보던 사람들도 브라질 보다는 노스코리아에 열광한다. 어쩔 수 없는 같은 민족인가 보다. 괜찮은 게임이었다.
6.17-제라드 (0) | 2010.07.07 |
---|---|
6.16-케이프 트랙킹 (1) | 2010.07.07 |
6.14-감기확정 (1) | 2010.07.07 |
6.13-개인정비 하려고 했으나. (0) | 2010.07.07 |
6.12-코리아데이. (2) | 2010.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