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빈드후크에서 하루를 보내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아침에 한국에서 온 문자를 보고 알았다. 이틀 동안 계속 달렸더니 날자 감각이 사라진 것 같다. 아무튼 일요일이다. 아침에 시내를 나가서 일요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빈더후크 시내가 텅 빈 것 같다. 그래도 일단 둘러 보자.
일단 인포메이션을 찾았다. 인포역시 문들 닫았다. 일요일에는 관광도 하지 않는구나. 인포메이션 뒤로 보이는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 앞으로 가니 빈더후크 시내와 그 뒤로 황량한 땅이 펼쳐 져 있는 것이 보인다. 잠시 경치를 보고 성당 계단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 있던 문이 덜컹 열리더니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가 나온다. 신부님 같다. 나보고 들어가라고 한다. 원한다면 사진을 찍어도 좋다고 한다. 그래서 사진을 찍었다. 잠시 앉아서 기도를 약10초 즘 있었더니 자기가 좀 할 일이 있어서 문을 닫아야 한단다. 미안하단다. 미안할 것도 없지 아무튼 나왔다. 그 뒤로 나미비아 정부 청사가 바로 연결되어 있어서 구경하로 갔다.
컨디션이 계속 좋지 않았다. 감기기운이 있는 상태에서 행군과 히치하이킹 대장정을 했었기 때문에 좋을 리가 없다. 거기다 텐트에서 계속 잠을 잤기 때문에 몸이 많이 굳어 있다. 하지만 빈더후크를 시내를 걸어 다니니 건조한 날씨에 콧물이 바싹 마르고, 뜨거운 햇빛에 몸이 녹는다. 기분이 좋아서 청사 옆의 잔디밭에 앉아서 스트레칭을 했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괴짜가 맞는 듯 하다. 남에 나라 청사 옆에 앉아서 한가롭게 이상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니. 유도하면서 배운 동작들을 마구 해본다. 옆에 있던 경비가 막 신기해 하면서 이런 저런 동작들을 따라 한다. 아무튼 이놈들은 동양사람들만 보면 전부다 이소룡인 줄 알고 흉내를 낸다.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대해서, 흑인들에 대해서 잘 모르고 이야기를 한다고 불평할 필요가 없다. 이놈들은 동양사람들은 다 이소룡 반즘 되는 줄 아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인정한다. 얘들이 오해 할만도 하다.
청사건물과 성당에서 한참을 놀다가 내려오니 어느새 노점상들이 자리를 펴 놓고 있다. 그 와중에 눈이 휘둥그래 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아까 얼핏 지나가는 것을 본 것 같은데, 나미비아에 살고 있는 대표 고대 부족인 힘바족들 이었다. 어떻게 알고 있냐고? 미리 공부를 좀 했다. 사실 그리고 많은 투어 상품에 힘바족 투어가 포함 되어 있다. 나는 둔45, 힘바족, 무슨 케년 이렇게 해서 대략 60~100만원 짜리 투어 상품이 나와 있다. 아무튼 투어상품을 사야 구경 할 수 있는 힘바족들이 도시에서 노점상을 하고 있다. 정말 붉다. 빨간색 돌가루를 바르고 또 바른다고 한다. 이상하다. 솔직히. 다 문화를 인정하고 뭐고 하는 걸 떠나서 보고 있는데 기분이 이상하다. 사진을 찍고 싶다. 그냥 찍게 하지 않겠지. 절대. 아프리카 애들은 지나가다 사진 찍어도 자기 사진을 찍었다면서 돈을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다 그런건 아니고, 많은 할일 없는 인간들이. 자존심이 쌘 녀석들은 화를 낸다. 아무튼 이 힘바족도 둘 중 하날 것이다. 사진을 찍고 싶으면 물건을 사라. 정말 좋은 마케팅이 아닌가? 중국 애들도 전통 쇼를 하고 물건을 팔든가, 이차 저차 맛을 마구 보여준 다음에 차 한 통을 몇 십만원에 팔아 친운 다든가 하지만, 이 힘바족의 마케팅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정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마케팅이다. 아무리 마케팅 기술이 좋은 힘바족 아줌마도, 약은 한국 여행자보다 흥정은 약하다. 24시간 흥정의 인도와 많이 깎았다고 생각해도 반도 못 깎은 중국 시장을 경험한 몸이시다. 좀 눈이 가는 팔찌가 있어서 물어봤더니 나미비안 달러 50달러를 달라고 한다. 점점 내려간다. 25달러를 줬다. 아줌마 팔에 아기와 아줌마의 ‘플리즈~!’에 움찔 하긴 했지만 이 정도면 아기 하루 우유값은 되기에 괜찮다고 판단했다. 사진 찍어도 좋겠냐고 하니 포즈도 취해 준다. 괜찮다는 이야기다. 윈윈 마케팅과 흥정이다. 나는 덕분에 투어상품을 대체 할만한 구경을 했고, 힘바 아줌마는 돈을 번다. – 아마 내가 산 유일한 기념품이 이 팔찌가 아닐까 한다.-
빈더후크는 넓은 듯도 하지만 다운타운은 상당히 작기 때문에 한번 다 훓어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곧장 쇼핑센터로 내려갔다. 꽤 괜찮은 쇼핑 몰이 있다. 환경이 잘 꾸며져 있다. 그런데 생각해 한 나라의 수도이자, 한반도 5배 크기의 나라의 중심 도시에 이 정도는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갑자기 서울과 비교가 되면서 서울은 엄청난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볼 것도 많고, 사람도 엄청나게 많은데 서울만큼 안전한 도시가 또 있던가? 도쿄?-_-;아무튼. 서울이라는 도시는 정말 여행자에게 매력 있는 도시임은 틀림없다. 여기 저기 구경거리가 너무 많고, 서울 하나만 제대로 훑어도 ‘한국을 느꼈다’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갑자기 서울이야기로 샜지만, 빈더후크라는 도시는 나름대로, 나미비아의 중심 도시이다. 얕보지 말자.
아무튼 청사건물을 돌고, 메이딘 힘바 팔찌를 사고, 쇼핑몰을 거닐다가 푸드샵에서 음식을 사서 밴치에 앉아서 주워 먹어다가- 굳이 ‘주워먹는다’라는 표현을 쓴 것은, 나는 나름 피크닉 기분으로 먹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나를 뭔가 주워 와서 먹는 사람처럼 봤기 때문이다. – 박물관들이 있는 거리로 갔다. 사실 그 거리가 박물관들이 있는 지는 몰랐지만, 시내가 작다 보니 좀 걸으니 박물관들이 나왔다. 처음부터 볼 생각은 없었지만, 역시나 전부 문을 닫았다. 아트뮤지엄을 조금 보고 싶기는 했다. 왜냐하면 이 사막의 평원에서 어떤 예술들이 나올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그림들은 뭔가 형태가 늘어나있고, 붉거나 풀잎색 같은 원색을 많이 사용한다. 물론 대부분 색들이 흙과 땅의 빛깔들을 지니고 있다. 나미비아가 남아공에서 분리된지는 채 20년이 안됐지만, 그래도 나미비아 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가 있지 않을까 기대감에 아프 뮤지엄은 한번 가 보고 싶었다. 그나마 박물관 벽에 붙여 놓은 포스터들이 이곳의 예술작품을 추측할 수 있게 해줬는데, 인구가 적어서 그런지 사실 별건 없어 보였다. 나중에 발견한 벽화는 선입관을 가지고 보면, 독일인들에게 배운 아프리카 작가가 기려놓은 작품 같았다.
어차피 박물관은 안되니 시간도 남고 뭔가 다른 것을 더 보고 싶어서, 왠지 부자들이 살 것만 같은 언덕으로 올라갔다. 집들이 위로 올라갈수록 커지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역시 위로 올라갈수록 집들은 켜졌고, 언덕을 딱 넘기니 집안에 인공폭포를 만들어 놓은 집까지 보였다. 이 폭포는 다분히 서구적으로 유리 벽면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사막한가운데 폭포가 있는 집이라….. 정말 사치스럽지만 가지고 싶은 집이다.
그 뒤로는 거대한 물탱크들이 설치된 언덕들이 보인다. 저 물탱크들이 빈드후크를 오아시스로 만들어 주는 것이리라.
돌아오려다 의외의 장소를 찾았는데, 처음에는 도시의 경관을 감상하라고 만든 장소 같았다. 하지만 나중에 청소년 탈선의 명소가 되어 아무도 찾지 않는 그런 장소 같았다. 내가 여행책을 쓴다면 꼭 지도에 넣겠지만, 동시에 워닝 메시지도 넣고 싶은 그런 장소이다. 벤치 두개는 홀랑 타서 박아놓은 흔적만 남아 있고, 나머지 벤치들도 도저히 앉고 싶지 않은 상태이다. 온 벽에는 이상한 낙서들이 가득하다. What a kid~!!! 어릴적 거창의 충혼탑 같은 느낌이다. 내 고향 거창바닥에도 배틀 필드가 많았는데 1번이 향교앞, 2번이 강변, 소규모 탈선은 충혼탑 정도였다. 나는 밤에 충혼탑을 올라간 적이 딱 한번 있었으나, 탈선을 목적으로 가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누가 죽었다느니, 무슨 일이 있었다느니 등 등 많은 소문들이 무성한 장소임은 틀림없다. 아무튼 경치가 너무 좋다. 빈드후크의 숨겨진 명소다.
오늘 밤에 desert express를 타고 swakopumunt로 갈 예정이다. 나미비아 둔(dune)들은 정말 유명하지만 보기가 너무 힘들다. 한번 보고 관광 연결회사가 빈드후크에 밖에 없고, 한번 보고 오는데 삼일이 걸린다. 왠지 가까운 느낌의 도시들을 가도 둔까지 운행하는 대중교통이나 투어상품은 없다. 뿐만 아니라 4륜 구동차가 아니면 들어가지도 못한다. 즉, 투어상품을 사든지, 4륜 차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나는 없다. 둔만 보고 오는 투어상품을 사는 것은 정말이지 비 경제적이고 비합리적인 선택이다. 살거면 일주일짜리 나미비아 투어가 제일 좋다. 하지만 나는 돈이 없다. 100만원정도 되는 돈을 들여서 나미비아 투어 상품을 살 수는 없었다. 그럼 다음 목적지로 못 가니까. 대신에 만원짜리 desert train티켓을 샀다. 밤8시에 출발해서 다음날 아침 wals…bay에 도착한다. 사막횡단 기차가 맞다. 옛날에 독일인들이 건설 했으리라. 노동력은 물론 나미비아 흑인들이었겠지.
3시 즘 기차역에 도착했더니, 오피스가 아직 문을 안 열었다. 아침에 기차역을 한번 들러서 거기서 일하는 관리들이랑 이야기를 한번 해뒀기 때문에 내가 다시 가니 상당히 반긴다. 오피스 문을 여는 시간은 3시 반이라고 한다. 잠시 같이 축구를 보다가 여기서 더 기다릴 이유가 없을 것 같아서 숙소로 갔다. 기차시간이 8시기 때문에 그전에만 오면 되리라. 어차피 자리가 없을 일은 절대 없을 것 같고, 그전까지 갈 준비를 하면 될 것 같았다.
숙소에 가서 모든 전자 기기들을 충전하고, 짐을 싸고, 밥을 해 먹고, 나갈 준비를 했다.
계획은 이랬다. 밤기차를 타고 스와코프문트를 간다. 아침에 내린다. 하루 종일 도시를 구경한다. 둔(dune)을 가는 여행상품이 있는지 알아본다. 있으면 좀더 있을지 말지 결정 한다. 아마 있을 것이다. 없으면 돌아온다.
기차를 타로 갔다. 일단 스타라인이라는 표를 샀다. 비지니스 클래스와 이코노미가 있는데 별로 차이가 안난다. 혹시 모르니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기로 했다. 가격은 110나미비안 달러. 조금 더 됐던 것 같기도 하지만. 표를 사면서 처음 알았는데 나미비아와 사우스 아프리카는 한시간 정도의 시차가 있었다. 몰랐다. 나미비아가 사우스아프리카에서 독립하면서 모든 것을 바꾸고 싶었나 보다. 한 시간이 안됐고 대략 40분 정도의 시차였다. 덕분에 기차역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기차를 타는 순간 나의 불행이 시작되는 줄 알았다. 배낭을 매다가 허리를 삐끗하고 만 것이다. 너무 아팠다. 몸을 옆으로 틀기도 힘들었고, 숙이기도 힘들었다. 정만 심각한 상황이다. 기차에서 9시간 정도를 가야 하는데 눈앞이 캄캄했다. 이렇게 저렇게 자세를 바꿔 가면서 잡았다. 앞으로 어떻게 여행을 해야 할지 걱정이 시작됐다. 포기하고 프리토리아로 비행기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쨌든 기차에서 잠이 들었다. 중간중간에 눈을 뜨면 어두운 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그 위로 역시나 엄청난 별이 펼쳐져 있다. 또 중간에 한번 눈을 뜨니 모래 둔이 펼쳐져 있다. 물론 어두운 그림자로. 모래가 철로를 덮으면 어떻게 될까 생각도 든다.
깊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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