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1.22-나미비아에서 잠비아로.
스와코프문트에서 처음 기차를 탈 때는 빈드후크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나의 다음 목적지가 빅토리아 폴 이었는데, 딱히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빈드후크로 돌아가서 방법을 찾아 볼 생각이었다. 내가 조사를 안한게 아니고 인포메이션에도 물어보고 여행회사에도 물어봤지만 화요일에 운행하는 대중교통은 없었다. 나미비아의 인터케이프 버스는 월, 금에 운행을 하는데 내가 스와코프문트에서 사막을 걷다가 본 그 버스가 바로 그 버스였다. 그 버스가 빈드훅으로 가서 케이프타운에서 오는 다른 버스와 만나서 갈아타고 빅폴까지 가는 것이다. 그리고 비행기는 빨리 가고 싶으면 요하네스버그로 가서 다시 갈아타고 가야 된다는데, 그런 멍청한 선택이 어디 있는가? 지도에는 나미비아 위로 올라가는 철로가 있는데 거기에 객차는 없었다. 도데 어떻게 잠비아로 들어가야 하는가? 다른 여행가가 쓴 책에 빈드후크에서 보츠나와로 가서 히치하이킹을 하고, 어떻게 하고, 뭐 아무튼 그렇게 해서 짐바브웨로 가서 잠비아로 간다고 했는데, 나처럼 위에서 다시 내려가야 하는 사람들 그리고 시간이 촉박한 생황에서는 정말 좋지 않은 선택이다. 짐바브웨서 잠비아로 말라위로 그런식으로 위로 올라간다면 괜찮은 선택임은 인정한다. 일단 내 상황이 조금 다르니까.
한참 고민 하다가 결국 내 선택은 일단 빈드후크로 가서 보츠와나 대사관에 가서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빈드후크에는 보츠와나로 가는 방법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믿었다. 비록 론니플레닛에는 없지만.
론니플레닛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하는 이야기인데, 난 이제 론니플레닛을 신뢰하지 않는다.론니플레닛 믿고 여행하면 아프리카는 돌아 다닐 수 없다. 일단 기본적으로 론니 기자들이 차를 렌트 하든지 아니면 자기차를 타든지, 아무튼 차를 타고 다니면서 아프리카를 돌아다니고 현지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책을 쓰게 된다. 그런데 사우스아프리카를 포함해서 모든(?)아프리카는 차가 있으면 정말 다니기 좋지만, 차가 없다면 그야말로 이동 방법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기 차를 타고 다니면서 여행한 론니 기자들이 어떻게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여행방법을 쓸 수가 있겠는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론니플레닛은 그저 참고용으로 족하다. 최소한 아프리카 에서는. (사실 미국을 여행할 때도 론니플레닛이 많이 답답하게 해 줬었다.)
기차에서 브라질에서온 (미안하지만) 좀 엉성한 백팩커를 만났다. 사실 스와코프문트까지 기차를 타고 온 것까지 칭찬해 줄만 하지만, 아무튼 뭔가 엉성하다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사실 브라질이나 아프리카나 그렇게 그냥 닥치면 대응하는 스타일로 사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빅폴을 가는데 방법을 아냐고 물으니까 완전 헛소리만 계속 해 댔다. 솔직히 더 듣고 싶지 않았는데, 내가 물어 본 것이라 점잖게 듣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누워서 자고 있던 흑인아줌마가 일어나더니 짐바브웨에 가게 된 것을 축하 한다고 했다. 지금 갈 방법이 없는데 뭔소리?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아줌마는 짐바브웨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나름 정부 청사 공무원인 샘이다.
정말 옆에서 누워서 자고 있던, 그냥 아프리카의 보통 아줌마처럼 보였던 아줌마가 나한테 짐바웨로 가고 싶다면 자기가 길을 보여주겠다(영어식 표현이다.)고 한다. 남아공에서도 조금 느꼈지만, 흑인들이 이동하는 방법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방법들과 많이 달랐다. 그들의 방법이 아니면 못 가는 곳이 너무 많았다. 그러니까 차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말이 나오지. 결국 흑인 말이 아프리카에서는 정답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 아주머니의 말을 경청했다. 기차에 올라서도.
<나미비아에서 잠비아로 가서 짐바브웨 가는 법>
한참 설명을 하다가 나보고 프랜치를 할 줄 아냐고 묻는다. 자기가 프랜치로 설명하는게 더 낮겠다고 한다. 정말 지구촌에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위. 마드마제~’
이렇게 대답했지만, 농담이라고 수정을 한다. 난 프랜치를 아직(!!) 못한다.
방법은 대충 이렇다. 원래 나는 빈드후크로 가서 하룻밤을 자면서 생각하려고 했지만, 처음부터 달라진다.
일단 기차를 타고 가다가 okahanja라는 곳에 내린다. 빈드후크 바로 전 역이다. 이 기차로 빈드후크까지ㅜ 2시간 거리다. 아마 100키로 정도 될 것 같다. 그리고 거기서 katima로 가는 콤비(미니버스)를 탄다. 콤비가 많이 서기 때문에 계속 기다리면 분명히 온다는 설명이다. Katima는 나미비아 잠비아 보더가 있는 도시다. 그리고 잠비아로 넘어간다. 잠비아에 셰세케라는 도시로 간다. 보더를 지나면 바로 있는 작은 도시다. 그리고 그곳에서 알아서 가고 싶은 곳으로 간다. 짐바브웨로 가려면 리빙스톤으로 일단 가서 짐바브웨 빅폴 국경을 지난다. 이게 이 아줌마가 설명하는 간단한 방법이다.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일단 기차에 탄 후에 빈더후크가 아닌 오카한자로 가는 기차표를 샀다. 샀다기 보다는 그냥 돈을 내고 거기로 간다고 했다. 이번에는 이코노미 클래스 기차를 탔다. 아줌마가 이코노미를 탔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코노미나 비즈니스나 별 차이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적어서 두다리 쭉 뻗고 그냥 잘 수가 있었다. 그리고 아줌마에게 이런 저런걸 물어보며 이야기를 하다가 금방 잠이 들었다.
새벽이 되어 잠이 깼다. 하늘에 달이 떠있다. 사막 위에 달이라 상당히 크고 아름답다. 내려서 사진이라도 찍고 싶다. 내가 다시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온다면 중간에 가장 작은 역에서 내려서 하루를 보내리라.
그리고 한 시간즘 흘렀을까. 아줌마가 나보고 내릴 때라고 한다. 자기 동생이 자기 물건을 받기 위해 나와 있으니 길을 알려 줄 거라고 했다. 여전히 어둡다. 동생이라는 사람에게 아줌마는 물건을 건네 줬고, 나는 같이 걸었다. 그리고 주유소 옆에 넒은 공간에 콤비 버스(이 버스는 미니버스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 식으로 하면 봉고차)가 한대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여기서 버스를 기다렸다가 타면 된다고 했다. 나중에 자기가 다시 나와 볼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친절하기도 하지. 하지만 나는 동생 아줌마가 다시 나와보기 전에 나는 떠나고 싶다.
세대 정도의 버스가 지나갔다. 처음 버스는 계속 서있다. 날이 밝으니 사람들이 한 둘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 곧장 난전이 펼쳐졌다. 배가 고팠던 터라 현지인들이 만든 치킨 한 조각과 빌통(남아공식 육포)을 사 먹었다. 솔직히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림이 그려지는 지라, 위생상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그런 것들 다 신경 쓰면서 어떻게 아프리카를 여행할 수 있을까? 그리고 휴게소에 있는 편의점(???)에서 쿠키 하나와 1.5리터 짜리 물을 한 병 샀다.
콤비버스마다 카티마를 가냐고 물어봤지만 안간단다. 너무 멀다고 한다. 나도 안다. 얼마나 먼지. 한참 있으니 아까 안간다고 했던 기사가 간다고 하면서 나한테 온다. 300달러를 내란다. 물론 나미비아 달러다. 내가 듣기로는 250달러 였는데, 내가 250달러 라고 계속 우겼더니 안된다고 한다. 옆에 난전에 있는 사람들과는 이미 안면을 튼 사이라 300달러가 맞냐고 다 물어보니 맞다고 한다. 믿어야지.
콤비에 올랐다. 정말 가고 또 가고가 맞다. 그리고 중간 중간 계속 섰다. 그리고 사람들이내리고 갈아타기를 반복한다. 주요 주유소 마다 비슷한 장소가 있다. 금방 깨달았지만, 이것이 나미비이아의 대중 교통 수단인 것이다. 아마 다른 남아공과 관련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다 비슷한 방법을 사용하리라.
얼마나 많이 달렸든지, 기후가 바뀌고, 지형이 달라지고, 식물군이 달라진다. 버스 조수가 가이드를 자처 하며 나에게 여기는 어디고 저기는 어디고 하면서 안내를 해 준다. 아침 7시즘 출발을 해서 오후 5시즘에 Rundu 라는 곳에 도착했다.
Rundu는 나미비아의 가장 북쪽에 있는 도시 중에 하나라고 하면 되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검문소를 통과한다. 보더가 가까워서 그런 것 일까? 프로방스(주 혹은 도)를 통과하는데 검문을 한다는 것은 정말 신기하다. 그리고 심지어 운전수에게 출입허가증을 제시 하라고 한다. 눈치상. 그런데 기간이 만료 되었나 보다. 눈치상. 마구 불평을 하더니 오피스에 가서 한참 있다가 종이 한장을 들고 나온다.
다시 한참을 달린다. 사람 사는 환경이 완전 바뀌어 있었다. 정말 집들이 아프리카 스럽다.
남아공 나미비아를 한바퀴 휙 돌았다고 할 수 있겠다. 돌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어느정도 구역을 지날 때 마다 생활 방식이 바뀐다. 아마 부족도 같이 바뀔 것이다. 집도 바뀐다. 예전 한국 지리 혹은 초등학교 지리를 배울 때 한국의 건축 양식이 남쪽과 북쪽이 다르다고 배우지 않았던가? 기후 때문에. 하지만 내가 비로 남아공과 나미비아를 돌아봤을 뿐이지만 얼마나 많이 달렸던가? 아마 최소한 3000키로는 될 텐데. 집들이 같을 리가 없다. 남아공에만 11개의 언어가 통용된다고 하고, 부족은 더 많다고 한다. 그러니 건축 양식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당연하지만 정말 신기하고 기분이 이상하기도 하다.
길 위에서 많은 것을 봤다. 스프링복이 뛰어 다니는 것과 임팔라 같이 생긴 동물들이 모여서 어디론가 몰려 가는 것도 봤다.
스프링복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큰 뿔과 아름다운 색을 가지고 있는데, 양발로 껑충 껑충 뛰어 다니는 것이 마치 큰 기계 같았다. 근육 섬유 하나하나가 가죽을 뚫고 나올 것만 같았다. 정말 힘이 넘쳤다. 우리 차가 속도를 줄였지만 자기를 향해 달려오자 놀라서 이리저리 껑충 껑충 뛰는데 뭔가 야생의 강인함이 땅을 통해서 전해 지는 듯 했다.
다시 주유소의 포인트에 섰다. 이번엔 한참 오래 서있는다. 해가지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오래 있는지 운전사가 설명을 한다. 사람들이 더오면 태워서 가겠다는 건데, 잘 모르겠다. 어떻게 될지. 해가 지고, 한 2시간은 족히 흐른 듯 하다. 아무도 불평 하는 사람도 없고, 다들 여유 만만이다. 역시 아프리카. 좀 더 있으니 우리더러 다른 차로 옮겨 타라고 한다. 그리고 운전수들 끼리 뭐라뭐라 하더니 거래를 한다. 꼭 팔려 가는 기분이다. 거기다 말도 안되게 많은 숫자를 조그만 봉고차에 밀어 넣는다. 이 차 드라이버는 신이 났다. 당연히 신나겠지 돈이 막 굴러 들어 오니까.
어두운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대충 800키로 정도를 왔는데 앞으로 3~400키로는 더 가야 할 듯 했다.
이제부터는 정말 원주민들이 사는 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정말 상상도 안되는 마사이 족 같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최소한 생활 양식은 자기들 방식을 지키고 있는 듯 보였다. 예전에 봉사활동을 했었던 림포포보다 훨씬 상태가 원시에 가깝다.
작은 봉고에 서로 끼여서 계속 달렸다. 하나 둘 내리기 시작한다. 중간에 기린이 길을 막고 서있다가 차가 오니 놀라서 도망간다. 아프리카에 와서 야생 기린은 처음 봤는데 밤이었지만, 역시 매력적인 동물이었다. 멀리 목 두개가 삐쭉 보였다. 두마리가 함께 가로 질러 가는데 정말 키가 크기는 크다. 정말 크다. 그냥 움직이는 나무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엄청 끼여 있었던 자리가 점점 넓어지기 시작했다. 나중엔 7명 정도의 승객만 남았다. 잠비아로 가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도대체 얘들은 뭐 하려고 이 멀리까지는 오는 걸까 싶다가 곧 그 이유를 알았다. 대부분 이곳에 거주 하는 사람들이다. 한쌍의 커플은 친구를 만나서휴가를 보낼 계획이었지만, 나머지는 전부 거주자 들이다. 시골에서 잠깐 장보러 나갔다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학교를 다니다가 방학이라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도 있다. 재미있다.
이젠 12시를 넘겼다. 차 안이 정말 춥다. 내 배낭은 뒤에 트레일러에 실려있기 때문에 꺼낼 수가 없다. 가지고 있는 옷가지들로 중무장을 한다. 정말 승객들이 얼마 안 남았다. 나는 물론 낮부터 계속 잤다 깼다 하고 있다. 어차피 차 안에 있고, 몇 일 전부터 밖에서 잤기 때문에 별 문제 없다. 그냥 잤다 깼다 편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추워지니 좀 힘들긴 하다. 오리털 파카를 꺼내고 싶다.
두 번째 검문소가 나온다. 좌측으로 국경을 나타내는 싸인들이 보인다. 좌측으로는 우간다. 우측으로는 보츠와나다. 이번엔 모든 승객들의 아이디를 검사를 한다. 꼭 국경을 지나는 기분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곳은 정치적, 군사적으로 경계가 심한 곳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미비아가 우간다와 보츠와나 사이에 이상하게 틈을 내서 잠비아 까지 가는 길을 만들어 놨다는 기분이 드는 지역이다. 추측을 해 보자면, (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예전에 식민지 시절, 남아공과 나미비아가 분리 되기 훨씬 이전, 열강들이 국경을 나눌 때, 강을 낀 지역을 차지하고 싶어서 거기까지 국경을 정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젠 정말 아프리카 필이 나는 지역이다. 길옆으로 마을들이 전부 이 지역의 오래된 양식들이다. 나무를 세워서 뼈대를 만들고, 집을 나뭇가지로 엮은 후 흙을 바른 것 같은 모양이다. 지붕은 물론 전통적인 갈대(??)로 만든 모양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초가 지붕이 있다면 아프리카는 이런 지붕이 있는 것이다.
기왕 말이 나왔으니 하는 이야기지만, 잠비아와 보츠나와 까지 (짐바브웨는 안 갔기 떄문에 뭐라고 말을 못하겠다.) 좋은 호텔들도 이런 전통적인 지붕을 응용해서 건물을 지었다. 우리나라도 기와지붕 호텔(이미 있지만), 초가지붕 호텔도 시도 해볼만하다. 도시에서 자란 분들은 못 믿을지도 모르겠지만, 나 어릴적만 해도 거창에서 초가지붕을 볼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정말 안동하회마을이나 민속촌 즘은 가야 볼 수 있는 건물이 되어 버렸다. 호텔 컨셉을 잡을 때, 맛깔 나는 초가지붕에 온돌방을 응용한 가진 객실을 기대해 본다.
잠비아 국경을 다와 가는 나미비아라고 하기도 뭐한 지역에 들어와서 달리고 있다. 시간은 이미 새벽2시가 넘었다. 스프링복 두 마리가 또 도로를 지나간다. 차가 달려오자 훌쩍 훌쩍 뛰어간다. 이런 지역에서 캠핑을 하다가 사자밥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자와 표범은 밤에 주로 사냥을 한다.
그런데 차에 남은 사람들이 하나 둘 계속 내린다. 내려서 어디로 가는지 금방 금방 사라진다. 사자는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던 중 이상한 일이 생겼다. 어떤 여자 승객이 내릴 때 가 되었는데, 못 내리겠다고 한다. 자기 집 앞까지 태워 달라고 한다. 3키로도 안된단다. 이런 밤중에 자기는 걸어서 갈 수 없다는 이야기다. 사실 그렇긴 하다. 나라도 걸어서 가기 싫을 것이다. 그래서 자기는 200달러(나미비안)를 냈다면서 우기기 시작한다. 내가 봤을 땐 솔직히 그 여자 승객의 요구는 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 어떤 승객도 자기 집 앞까지 태워달라고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사가 안 된다고 하니 누군가가 태워 주라고 하고, 누군가는 안 된다고 하기 시작했다. 물론 기사는 열받아서 태워주라는 사람과 싸우기 시작한다. 시간은 이미 새벽3시. 나는 아무 상관없다. 해뜨면 국경을 건너면 되니까. 재미 있는건 각자 자기말로 싸우는 것이다. 대충 언어가 세 개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 영어랑 한글을 포함하면 5개 언어다. 욕은 자기말로 하고, 서로 의견을 일치할 생각도 전혀 없어 보인다. 나중에는 ‘휴먼라이트’가 어쩌니 하는 말까지 나온다. 내가 그 여자 승객이라면 그렇게 기사한테 빡빡 우기는 것이 아니라 부탁을 했을 것이다. 내가 기사였다면, 안되지만 다들 태워주기를 바라니 추가 요금을 받고 마을까지 가자고 했을 것이다. 아무튼 둘 다 내가 봤을 땐 정말 사가지 없이 싸우다가 결국 기사가 졌다. 계속 자기말로 욕을 하면서 어두운 길을 달린다. 그 승객 집으로 간다. 말이 조금 달라지면서 5키로도 안 된다고 한다. 비포장 도로다. 낡아빠진 골동품 콤비에 뒤에 트레일러까지 달려 있으니 속도는 20~30키로가 안되는 듯 하다. 결국 그 승객의 집 앞까지 왔다. 참 재미있다. 대중교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집 앞까지 배달이라. 아프리카다. 그 승객의 태도가 조금만 더 좋았어도, 내가 긍정적으로 썼을 텐데 참 별로 였다. 마지막에 내리면서도 다른 승객들과 기사에게 고맙다고 말하지 않고, 자기편을 처음에 들어줬던 사람에게만 골라서 고맙다고 한다. 이건 아니지. 다들 덕분에 고생했는데. 난 덕분에 재미있는 구경을 했고.
이제 카티마다. 국경 지역이다. 마지막 포인트에 내렸다. 역시 주유소다. 마지막에 내린 사람들은 4명이다. 덩치 큰(남자도 여자도) 건방진 커플 하나. 모두에게 마이프랜드 라고 부르던 사근사근한 흑인 청년, 그리고 동양인 남자 하나(나). 새벽 4시다. 각자 마지막 히치 하이킹을 시도 한다. 나도 마지막 보더로 가는 히치 하이킹을 시도 한다. 마이프랜드 보이가 먼저 가고, 커플은 친구가 와서 태우고 간다. 나도 어떻게 타고 보더로 간다. 물론 히치하이킹은 모두 돈을 준다. 이젠 히치하이킹이 버스타는 것 보다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새벽6시 나미비안 출입국이 문을 연다.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들어갔다. 간단히 출국 수속은 끝난다. 그리고 이제 잠비아 택시를 탔다. 잠비아 국경에서 비자를 받고, 세세케까지 가자고 했다. 아니 그렇게 하려고 하니까 이놈이 먼저 그렇게 하자고 한다. 잠비아 비자를 받는다. 단수가 50달러. 몇 일 있지도 않을 건데 아깝긴 아깝다. 아휴.
입국 절차를 옛날 마을회관 같은 곳에서 받았다. 그래 모든 입국장이 인천공항 같을 필요야 없지. 특히 잠비아 처럼 여러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는 더더욱 관리가 힘들 터.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당연히 한국이지. 북한 말고. 아프리카는 확실히 남한이랑 북한을 잘 구분 못하긴 한다. 그래도 축구 이야기를 하면서 남한을 구분한다. 내가 축구 소식을 물었다. 하루 종일 차 안에 있어서 경기를 못 봤기 때문이다. 어제 나이지리아와 비겨서 한국이 16강 진출 했다고 이야기 해 준다. 내가 완전 펄쩍 뛰면서 좋아하니 다들 같이 신나 해 준다. 잠비아는 첫 인상이 좋다.
6.24-빅토리아 폭포 (2) | 2010.07.12 |
---|---|
6.23-빅토리아 폭포의 관문 잠비아 리빙스톤(빅토리아 폭포-하루 쉬어 가다) (0) | 2010.07.09 |
6.21-오아시스에서의 하루 (0) | 2010.07.07 |
6.20-나미비아 수도 빈드후크 (0) | 2010.07.07 |
6.19-나미비아 입성 (7) | 2010.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