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3-잠비아 리빙스톤에서 개인 정비 실시.
잠비아 입국 절차를 마치고 아까 타고 온 택시를 다시 타니 말이 바뀐다. 잠비아 콰차(잠비아 돈)로 돈을 달라는 것이다. 처음에 내가 1달러라고 했는데. 옆에 애들이 환전해 주겠다고 난리다. 솔직히 나는 달러로 지급하면 된다는 정보를 듣고 왔기 때문에 환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택시기사가 5달러 부터는 환전이 가능 한데, 1달러는 환전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콰차로 달라고 한다. 에라 모르겠다 5달러는 환전한다. 2만3천 콰차. 아마 내가 좀 손해를 봤을 것이다. 알고 보니 꽤 봤다. 그리고 8천 콰차를 기사에게 준다.
빅폴을 가야 한다고 하니, 지금 빨리 셰세케로 가야 한다고 한다. 리빙스톤으로 가는 버스가 7시에 출발한단다. 지금 시간 6시 50분. 일단 가자.
내가 남아공에서(특히 더반, 케이프타운) 흑인들 한태 치여서 그런지 아니면 선입관 때문인지 택시기사를 경계한다. 아무튼 티를 안내고 이렇궁 저렇궁 이야기를 막하다가 셰세케에 도착했다. 리빙스톤을 가야 한다고 하니, 자기가 버스표까지 끊어준다고 한다. 역시나 내가 그냥 한다고 한다. 이건 내가 그 흑인 택시기사를 경계해서가 아니고 내가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차! 콰차가 모자라다. 옆에서 기사가 남아공 랜드도 받으니 그걸로 내라고 한다. 환율계산이고 뭐고 일단 100랜드를 내니 한참 있다가 콰차를 거슬러 준다. 이제 대충 잠비아 콰차 환율개념이 생겼다. 대략 1달러당 5000콰차.
남아공에서 그래이하운드, 트랜스럭, 시티투시티, 인터케이프 등 브랜드 버스를 타다가 잠비아에 오니 좀 아프리카다운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그러니까 엄청 구린 버스라는 이야기. 옛날 트럭 같은 버스다. 그래도 잘도 간다. 맨 앞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데, 누가 옆에서 손가락으로 딱딱 거린다. 건방지게. 돌아보니 등치 큰 백인이 서있다. 자기 자리란다. 바로 옆자리다. 둘이 좁은 의자에 끼여서 앉았다. 온몸이 다 쑤신다.
아프리카에 있는 사람들이 영어를 쓰면 억양이 왠지 굉장히 화가 난 듯도 하고, 시비조 같기도 하다. 제일 처음 고아원봉사를 갔을 때, 통화한 사비나의 언니는 통화상으로 엄청 무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만나니 정말 친절하기 그지 없는 사람이었다. 케이프 타운에서 나와 같이 놀아준 중산층 백인과 컬러드 녀석들도 처음에는 건방진 패거리라고 생각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옆에 끼여서 앉은 아저씨는 억양이 완벽한 시비조다. 하지만 느낌상 아프리칸스를 쓰는 아저씨다. 시비를 거는 것이 아니라고 믿고 대화를 이어가자 역시나 괜찮은 아저씨였다.
여행에 관해서 여러가지를 물어본다. 자기는 보츠나와와 나미비아 잠비아에서 사업을 하고 있단다. 뭔지 모르겠지만, 무역 일 같은 사업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졸리보이라는 백팩커스가 리빙스톤에서 최고니 거기를 가라고 한다. 나 같은 사람이 넘쳐난다나. 나도 졸리보이는 많이 들어봤다. 전설의 졸리보이. 그리고 어디를 갈 거냐고 해서 짐바브웨를 갈 예정이라고 했다. 짐바브웨를 왜 가냐고 한다. 정치상으로 문제가 많다고 한다. 나도 알고 있다. 짐바브웨가 정치상 문제가 많은 곳이라는 건. 그래서 한번 더 가 보고 싶은 것이 아닐까? 혹시나 북한 사람 만날 지도 모르고. 아무튼 보츠와나로 가라고 한다. 보츠와나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코끼리가 길거리를 돌아 다닌다고 한다. 그럴 듯 하다. 어제 나미비아에서 길에서 기린과 스프링복, 임팔라 등을 본 것을 생각하면. 이야기를 들어보니 보츠와나가 땡긴다. 그리고 중간에 잠깐 버스가 섰다. 카중굴라(kazungula)이다. 보츠와나 카사네로 들어가는 국경이 있는 곳이다. 트럭 행렬이 개미처럼 늘어서 있고, 사람이 바글바글 붐빈다. 버스가 서는 곳에는 꽤 큰 규모의 난전이 형성되어 있다. 여성들이 말린 물고기를 판다. 잠베지강에서 잡은 물고기라고 한다. 2000콰차에 한마리를 샀다. 나중에 먹어보기를 기대하면서. 미안하지만 비린내가 좀 심하게 난다. 과연 먹을 수 있을까? 아무튼 경험상 괜찮은 일이다. 뚱뚱한 백인아저씨는 여기서 내린다. 보츠와나로 간다고 한다. 자기 연락처를 적어준다. 보츠와나에 와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한다. 정말 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바이바이. 난 리빙스톤으로 간다.
한 시간 채 가지 않아서 리빙스톤에 도착한다. 빅토리아폴 관광수입이 주인 조그마한 도시다. 리빙스톤은 처음 빅토리아 폴을 발견한 사람 이름이다. 대단한 사람이다. 길도 없고, 기차도 없던 시절 이곳까지 걸어서 왔다고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다. 나는 차를 타고 오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오죽 했을까? 원정대가 고생좀 했으리라. 그래도 덕분에 자기이름을 가진 도시가 하나 건설이 되었다. 이 정도면 괜찮은 모험의 결과가 아닌가? 상인씨티가 안드로메다에 생길 가능성은 있을까?
35시간을 달려서 여기까지 왔다. 이틀 동안 제대로 씻지를 못했다. 스와코프문트 공중화장실에서 샤워를 한 것이 마지막이다. 이틀이면 견딜 만 하지만, 그래도 먼지 가득한 사막과 들판을 지나 와서 그런지 느낌이 그다지 좋지 않다. 졸리보이보다 가까워 보이는 리빙스톤 bp로 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같은 오너라고 한다. 졸리보이, 리빙스톤, 포티타워 이렇게 세개의 bp는 한 통속이다. 졸리보이가 대장이고, 그 다음 두개는 비슷하다. 리빙스톤이 제일 싸다. 리빙스톤 백팩커스도 꽤 괜찮은 곳이다. 넓은 장소에, 돔시설이 나쁘지 않다. 단 주방은 정말 테러블하다. 암만 자기들이 음식을 팔아도 그렇지 이런 주방 시설은 너무한 것이 아닌가 싶다. 칼도 없고, 기본적인 양념들도 없다. 젠장 밥해 먹어야 되는데.
아무튼 텐트를 후딱 치고,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한다. 오늘은 쉬는 날이다. 리빙스톤에 있는 쇼핑몰(?)에 가서 음식들을 사와서 간단히 밥을 먹고, 텐트에서 한숨 잤다. 인터넷 카페에서 인터넷을 시도 했으나 너무너무너무너무 느려서 채팅조차 못할 정도였다. 포기했다. 아무튼 오늘은 쉬는 것에 집중을 한다.
한참 쉬다가 bp의 최대 좋은 점을 즐긴다. 많은 여행자들을 만나는 것이다. 대부분 커플들이다. 아무래도 빅폴이 유명한 휴양지라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여행자들은 한자리에 모여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밤이 깊어진다. 달이 떠오른다. 달이 차고 있다. 빅폴의 보름달이라. 달 무지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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