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1-사막 가운데 오아시스에서의 하루.
솔직히 사막의 오아시는 아니지만 자극적인 제목을 시도해 본다.
어두운 스와코프문트의 기차역에 내렸다. 역시나 보초 같은 사람들이 세명이나 있다. 밤새도록 사람도 없는 기차역에서 뭘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암무튼 서있다. 가방에 토마토 네개가 있었는데 전부 나눠 먹고 스와코프문트 시내로 향했다. 어두운 시내는 아무것도 없다. 그대로 직진을 하니 대서양 바다가 펼쳐졌다. 허리가 아픈 것도 해변의 모래를 밟으니 괜찮아 지는 것 같았다.
좋은 자리를 찾아서 텐트를 쳤다. 맨손 체조를 한 후 해변을 따라서 가벼운 조깅을 했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고, 몸이 따뜻해졌다. 왼쪽으로는 대서양 바다가 오른쪽으로는 아름다운 집들이 펼쳐졌다. 여긴 아프리카가 아니다. 백인들이 개를 데리고 조깅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하나 둘 교복을 입고 나타났다. 역시나 백인들이다. 아프리카가 아니다. 가끔 흑인 아이들도 지나간다. 기분이 묘하다.
대서양 바다가 펼쳐져 있다. 파도가 치면서 물거품이 많이 생겼다. 정말 물거품이다. 어릴때 인어공주 동화를 보면서 인어공주가 파도 물거품이 되었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해가 잘 안됐었다. 하지만 이제 이해가 된다. 잘 모르겠다. 유럽을 가면 물거품을 많이 볼 수 있을지도.
조깅을 끝내고 텐트로 돌아와서 간단하게 아침밥을 해 먹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내 사진을 찍는다. 다들 신기해 한다. 나도 내가 신기하긴 하다. 그런데 어떤 영감님이 다가오더니 아주 정중하게 여기는 캠핑장소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있어도 괜찮은데, 경찰이 뭐라고 할지도 모르니 다른 곳이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이사 가지 뭐.
짐을 싸서 바다를 따라서 걸어갔다. 아쿠아륨 근처에 새 둥지를 틀었다. 여기도 괜찮다. 해가 이미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따뜻한 햇빛을 받으면서 잠을 청했다. 텐트 안에서. 따끈따끈한 것이 몸이 정말로 풀리는 것 같았다. 아프던 허리도 점점 괜찮아지는 것 같다. 정말로.
바닷가에서 따뜻하게 한숨 푹 자고 나니 컨디션이 많이 좋다. 바닷가를 거닐다가 멀리 사막이 보였다. 왠지 저기를 가면 될 것 같았다. 텐트를 잠그고, 사막을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정말 기분이 묘했다. 바로 뒤로는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데 바로 앞으로 모래사막이 펼쳐져 있다. 나는 사막을 향해서 걷고 있다. 점점 식물들이 작아지고, 짧은 거리 밖에 지나기 않았는데 완전 모래사막이 돼 버렸다.
정말 감동적이다. 이런 모래사막이 나미비아에는 얼마나 펼쳐져 있는 것일까? 물론 더 북쪽으로 올라가셔 세계에서 가장 큰 사바나 사막이 펼쳐져 있다. 하지만 나미비아의 사막은 역시나 사막이다. Dune45를 가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나미비아 바다 옆 사막을 나는 걷고 있다. 오른쪽으로는 정말 시원한 대서양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햇살은 너무 뜨겁다. 전혀 덥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이 사막을 잘못 들어가면 정말 바이바이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도 시야에서 오아시스가 사라지지 않는 곳 정도까지 걸어갔다.
가슴이 뛴다. 이런 사막에 나 혼자 와 있다니. 사실 붉은 사막을 보고 싶었는데, Dune45든 뭐든 투어 상품을 사는 것 보다 훨씬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나 혼자 사막 위에 서있다. 이럴 수가 있을까? 맘 같아서는 한 숨 자고 오고 싶은데. 아무튼 마음껏 즐겼다. 너무 즐거웠다. 혼자 모래 위를 뛰어다니고, 구르고 드러눕고. 이상한 기분이다. 사막이 신과 대면하기 가장 좋은 장소라고 했던가? 그럴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다. 하늘. 땅. 그리고 나. 이렇게 밖에 보이는 것이 없는데 어쩌겠나. 천지인(仁)이다. 푸하하.
다시 걸어서 타운으로 걸어왔다. 올 때는 해변을 따라 걸어왔는데, 돌아올 때는 도로를 따라서 왔다. Walbis bay로 이어지는 도로일 것이라 생각한다. 저 도로를 따라서 가면 정말 멋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역시 든다. 내가 걸어왔던 길이 차도 위로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걷는 것만 못할걸?
타운에 들어오는 생각보다 타운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새벽에 도착할 때는 캄캄해서 아무것도 못 봤는데, 괜찮게 만들어진 타운이다. Pick & pay(남아공의 월마트)가 있다. 들어가서 물과 점심 거리를 샀다. 솔직히 유럽피안의 카페를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가격차이가 너무 컸다. 다시 한번 험블한 선택을 했다. 조리된 음식들을 사고, 케잌 한조각을 사서 해변으로 갔다. 텐트 옆에서 나만의 피크닉을 즐겼다. 기분이 좋다.
스프링 쿨러가 돌아가고 있다. 스프링 쿨러에서 물을 받아서 좀 끓여 마시고, 수영복 차림으로 샤워를 하려고 했더니, 정원사 같은 사람이 오더니 손짓 발짓하면서 안된다고 한다. 왜 그러나 했다. 영어도 못하고, 아무튼 안된단다. 그러더니 공중화장실을 손으로 가르킨다. 아 무슨 말인지 알아 들었다. 스프링쿨러 물은 하수도라는 것이다. 나도 손짓발짓으로 그러냐고 물어 보니 맞다고 한다. 정말 재미 있다. 이렇게도 대화가 된다. 아무튼 감사하게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하수도를 끓여 마시려고 했다니.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무리 아름다운 해변에 유럽풍 건물들이 펼쳐져 있지만, 공중화장실은 끔찍하다. 그래도 물은 잘 나온다. 더러운 공중화장실이라 사람들이 안온다. 바로 샤워를 했다. 시원했다. 사막을 지나왔기에 모래를 뒤집어 썼다. 뿐만 아니라 기차에서 내려서 가볍게 세수만 했지, 샤워를 하지 못했다. 정말 시원한 사막의 해변에 공중화장실의 참사를 피한 샤워다. 기분이 정말 좋았다.
샤워를 하고 해변에서 시간을 보낸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얼마전 더반에서 인도양의 일출을 봤는데 오늘은 스와코프문트에서 대서양의 일몰을 본다. 가슴이 뛴다. 아름다운 일몰이 펼쳐 진다. 감사한 일이다. 맑은 햇살에 단 하루밖에 없는 장소에서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다니. 바다가 끓는다고 하는데 정말 그랬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엄청난양의 수증기가 바다에서 밀려온다. 온 해변이 뿌옇다. 정말 신기했다. 하루 잘 말랐던 수영복과 수건이 다시 젖어 버린 것 같다. 하지만 바다가 끓는 것처럼 나 가슴도 끓는다.
해가 지자 곧장 텐트를 걷고, 짐을 싼 후 기차역으로 걸어갔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시내의 모든 상가들이 싹다 문을 닫았다. 독일문화권이라서 그런가? 독일 역시 해만지면 전부 올스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긴 남아공도 그랬다. 뭐 모르겠다. 아무튼 어두운 거리를 걸어서 기차역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있다.
기차를 탄 후의 스토리는 다음 편에 쓰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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