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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과 황교익의 맛있는 맛. 무엇이 맛있는 맛?

잡동사니/산책

by 금강력사 2018. 10. 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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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레시피, 단짠, 설탕, 막걸리 ... 등등. 맛의 소재에 따라 황교익님과 백종원님의 대결은 필드를 바꿔가며 계속 진행되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아테네에서 사형을 선고 받을 때까지 소피스트들을 공격했다. 경험주의는 이상주의를 목이 달아날때까지 밀어 붙였고, 그 양상을 대륙 합리론과 영미철학으로 전환 시켰다. 황교익은 백종원의 맛을 공격한다. 

 '무엇이 과연 맛있는 것인가?'는 사실 철학의 대결이며, 이는 미학의 대결과 유사하다. 그리고 이 첨애한 설전을 우리는 황교익님과 백종원님 덕분에 실사간 생중계로 목격할 수 있다. 재미있다.



0. 대결 양상

 막걸리를 두고 백종원님과 황교익님의 대결이 치열하다. (이하 개인으로서 두분은 황교익씨, 백종원씨로 명칭) 사실 두분이 직접적인 썰전을 주고 받고 있지는 않지만 주제, 내용, 방식, 시각 등등의 세부적 사항들을 압축하고 압축하고 압축하면 결국 '어떤 막걸리가 맛있는가?라는 사안을 두고 백종원과 황교익이 붙었다.'라고 대중들에게 인식이 된다. 황교익씨는 예나 지금이나 직접적으로 백종원씨를 공격한 적은 없다고 말하고 계시지만(실제로 백종원씨를 직접 공격하거나, 인격 등을 문제시 한 부분은 없습니다. 황교익씨 글 https://www.facebook.com/100006167859035/posts/2190772497804991/ ) 대중적으로 인식되는 양상은 집요한 백종원에 대한 공격으로 비춰지고 있다. 

 예전 설탕전에 있어서도 그렇고 이번 막걸리전에서도 전투의 양상은 비슷하다. 성공한 요식업자 백종원의 어떤 실행(요리, 말, 품평)에 대한 음식 평론가로서의 황교익의 평 간의 대결이다. 이들의 몇몇 대결들은 양상도 결과도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왜 황교익씨는 공격, 백종원씨는 방어하는 것과 같은 양상이 나타나는가? 나는 이 두분의 대결(비록 직접적인 대결은 아니지만)이 인류 역사에서 꽤 오랜 기간 동안 펼쳐져온 철학의 대결 양상이 보편적 미학편 같이 느껴진다. (사실, 예술판에서는 꽤 활발하게 이런 양상의 대결이 지속되어 오고 있는데, 요리를 가장 대중적인 예술이라고 본다면, 굳이 따로 분리해서 이야기 할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1. '맛있는 맛 그리고 맛 없는 맛'이란 무엇?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전에 백종원의 개인의 '이상(idea)에서 맛있는 맛: B-i맛'과 그의 이름을 건 "매장에서 제공하는 맛, 일부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맛있는 맛: B-m맛'은 분명히 구분이된다는 점을 언급한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백종원의 맛있는 맛은 분명 직관적인 맛(B-m맛)을 지향하고 있으며, 그 직관적인 맛이란 흔히 말하는 '단짠' 조합이며, 이는 요식업계의 대중적 입맛에 어느정도 일치된다. (B-i: Baek's idea, B-m: Beak's mass or media)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도대체 무엇이 맛있는 맛이냐?'라는 질문을 결국 하게 된다. 만약 '궁극의 맛있는 맛'이 있다면 이 부분에 있어서는 황교익과 백종원, 두 분의 의견은 일치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질문을 조금 바꿔서 '맛이 없는 것은 무엇이냐?'라고 한다면 두 사람의 답은 조금 달라지게 될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재료 본연의 풍미를 잘 살리고 적절한 조리법과 양념을 사용한 음식을 '맛있다'라고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달달하고 짭짤해서 입에 착 달라붙는 맛에 대해서는 황교익은 '맛이 없다'라고 할 것이고, 백종원은 '그러나, 맛이 있다.'라고 할 것이다.

 황교익씨는 '맛있는 맛'의 절대성을 믿는 사람이다. 절대성을 가지는 입장은 옳고 그름의 가치 판단도 수반하게 된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맛들은 감각적으로 맛있는 맛이지만 그 맛이 옳지는 않은 것이다. 그리고 절대성이라는 것은 상정이 되면 '틀린 것'들이 생길 수 밖에 없으며, '틀린 것'들은 반대해야하는 것들이 된다. 

 공교롭게도 '맛에 있어서의 선'은 상정하기가 굉장히 어려운데 (칸트의 미학을 맛의 미학에 대입해서 풀어 본다든지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 황교익씨는 왜 그렇게 설정하였는지 근거를 추측할 수는 없으나 '맛의 선'을 설정하고 있으며, 흔히 미식가들이 설정하듯 '재료 본연의, 조리 과정의 등등 의 맛'을 선의 맛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것을 '요즘 치킨 맛없다' 인터뷰에서 엿볼 수 있다. 치킨이야 맛있겠지만 황교익씨는 그것을 '맛있다'라고 할 수는 없는 사람인 것이다.

 반면 백종원씨의 '맛의 선'은 '입에 맛있는 맛, 일단 맛있는 맛' 임을 그의 행보에서 너무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 '막걸리 선정 사건'에서 백종원씨의 선택은 그가 어떤 맛을 최소한 요식업계에 주문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참조 링크: 막걸리 맛 뒷이야기 https://www.facebook.com/100000958686183/posts/2264005150308086 )

(두 사람의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나는 주장하고 있는 것이며, 그것은 사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제 주장이 맞다고 말하기 위해서 두 사람이 이런 특징을 가지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관심법 등에 근거한 분석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런 추측은 황교익씨가 쓴 글을 원문 그대로 봐온 것에 근거하고 있으며, 백종원, 황교익, 두 분의 방송 및 인터뷰 역시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고 황교익씨가 '단짠이 절대 맛이 없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라는 의미가 위 글에는 쪼끔 포함되어 있습니다.)


2. 왜 그는 그의 맛을 공격해야 하는가?

 하면. 황교익씨는 맛에 있어서 '이상적인 맛있는 맛이 있다' & '그런 맛이 각광 받아야 한다'라는 입장의 대표 주자가 되었다. 가장 많이 알려진 미식가이자, 맛 칼럼리스트이다. 백종원은 '많은 사람들에 선택되는 맛이 옳다'라는 입장을 대표하고 있다. 요식업계의 재벌답다. 
 황교익씨에게는 '이상적인 맛있는 맛'은 일종의 지켜야 할 선(善)이다. 대중적인 맛을 인정 못하는 그는 아니지만 어떤 맛이 선의 맛이 아닐때 그것을 비판하는 것이 황교익씨의 몫이다. 반면, 백종원씨의 행보는 단짠과 대중적 입맛에 면죄부를 주고 있으며(황교익씨 입장에서 볼때), 심지어 선을 비판하고 악을 권유하기도 하지 않는가?(늘 그렇지는 않지만) 심하게 확장하고 비약하자면 절대적인 것으로 지켜야 한다는 맛의 루터 황교익과 일단 맛있으면 장땡이라는 면죄부를 파는 교황청 대주교 테첼 백종원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인 것이다.


3. 합의점은 없는가? 맛의 중용

 정리하자면 황교익씨는 맛의 이상주의자이고, 백종원씨는 맛의 경험주의자이다. 본인은 아닐지 모르지만 일단 대중앞에서의 롤은 그렇다. 

 이렇게 정리된다면 두 사람의 입장을 절충할 힌트를 300여년전 칸트라는 양반에게서 얻을 수 있다. 칸트는 경험주의와 이상주의의 대결을 얼추 종식시키는 대작을 남기고 철학사에 거인이 되었다. '순수 이성 비판'. 그리고 맛의 선이란는 것이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이 칸트의 또 다른 대작 '판단력비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사실 거의 답). 바로 맛의 절대적 선과 유사한 절대적 미에 관한 카트의 해설서가 '판단력 비판'이다.

 '맛 vs 맛'의 문제를 '칸트 해법'을 적용해서 풀어내 해답을 드리는 것이 도리이겠으나 불가한 욕구라... (못해서 해설 없는)핵심만 적용해 보겠다.

 철학 선생님들께서 칸트 철학의 핵심은 칸트의 원전 "내용 없는 사유는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Gedanken ohne Inhalt sind leer, Anschauungen ohne Begriffe sind blind)"이라고들 알려 주시는데 이를 그대로 믿어보자. 그리고 이 말은 백종원씨와 황교익씨의 대결이 던져준 맛의 화두에 이렇게 적용할 수 있다. 

"맛 없는 레시피는 공허하고 레시피 없는 맛은 맹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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