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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6 저녁-전화위복 새옹지마

Africa/아프리카여행일기

by 금강력사 2010. 7. 1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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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6-2<전화위복 새

옹지마 - thanks for small things>

 

 호텔 캠프사이트가 있는데 이곳은 일인당 18달러다. 나는 원래 여기서 하루를 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해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 곳이 다 예약이 되어 있다고 한다. 아니 이렇게 텅빈 땅이 많은데 무슨 예약? 뭐가 꽉 찼다는 건가? 아 이런 망할 놈들.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그냥 나한테 18달러 받고 텐트 아무 곳이나 치라고 하면 되는 것을 이놈들이 귀찮으니까 원래 호텔에서 정한 수용인원만 받고 더 이상 받을 생각을 안하는 것이다. 매니져 불러달라고 해도 지들끼리 이야기만 하고 부를 생각도 안한다. 내가 승질을 부리기 시작했다. 나는 오늘 이 호텔에서 운영하는 사파리에 돈을 쏟아 부은 사람이다. 최소한 내가 묶을 수 있는 곳을 알아내라고 한다. 이것들이 짜증을 부린다. 내가 더 승질을 더 내자 여기저기 전화를 한다. 어디어디 캠프사이트가 또 있다고 한다.

 오늘 여기서 하루 지내고 호텔 기분 내다가 내일 이동할 계획이었는데 다 망했다. 나도 아프리카 5성급 호텔에서 하루를 지낼 수 있었건만, 비록 텐트지만.

 

 맘을 가라앉히고 호텔 라운지로 갔다. 라운지에는 수영장과 바와 레스토랑이 조화롭게 연결되어 있다. 리빙스톤 졸리보이 bp가 잘 구성되어 있다고 하지만 졸리보이가 아마추어 수준이라면 이곳은 프로다. 물론 지붕은 아프리카 전통양식 헛(hut)이 5미터 정도 높이로 덮고 있고 그 주변으로 열대 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아름답다. 해가 지고 있다. 일단 짜증나는 마음을 녹이기로 한다. 테이블에 앉아서 해지는 모습을 감상했다. 명당이다. 강 멀리 펼쳐진 초원위로 해가 떨어진다. 강은 붉게 물든다. 땅은 이글거린다. 내 마음도 이글거릴 뻔 했지만 나름 안정을 취한다.

 

 배낭을 매고 호텔 밖으로 나온다. 정말 텅 빈 땅(야영지로 마련되어 있는 구역이다.) 텐트도 못 치는 웃기는 상황이지만 뭔가 더 괜찮은 모험이 기다리고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걸음을 옮긴다. 멧돼지가 새끼들과 바로 옆에서 땅을 파고 있다. 차들도 잘 지나간다. 나는 배낭을 메고 걷는다. 해는 아까 졌다. 금방 어둠이 깔린다. 마음이 좀 급해졌다.

 택시를 탔다. 합승이다 .20뿔라라고 하는 것을 너무 비싸다고 15뿔라 이러니까 타라고 했다. 그런데 막 투덜거리면서 원래 20뿔라인데 아 이러면 안되는데 그러면서 난리다. 니가 15뿔라라고 그래서 탄거다 우기지 마라 그러니까 그냥 간다. 내가 가려고 한 캠프사이트 지역이 좀 멀기는 했다. 기사에게 미안하다. 재미나는 농담으로 마음을 좀 풀어주고 택시에서 내렸다.

 멀리 캠핑을 하는 불들이 보인다. 캠핑지역으로 들어갔다. 전기 팬스가 있고, 시큐리티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사람도 사람이지만 동물도 무섭다. 사자랑 표범은 주로 밤에 사냥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까 운전기사 가끔 표범들이 도로를 뛰어간다고 했다. 강가로 물 마시러 가는 거라더라. 아무튼 나를 스스로 우리 안에 가두는 것이다. 보호받기 위해서.

 이 놈들도 자리가 없단다. 아 너무 황당하다. 여기 저기 땅이 텅텅 비었는데 도데체 무슨 자리가 없다는 거냐? 난 도대체 이곳에서 일하는 흑인들을 이해 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자리가 없다고 한다. 주차공간이 없다는 건가?

 사실 나는 캠프사이트에서 받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의 손님이다. 많은 서양인들(유럽, 아메리칸, 오스트레일리안 등등 서구 문화권에 사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은 차를 렌트 혹은 사서 캠핑장비를 싣고 다니면서 이런 캠프사이트에서 장기 체류를 한다. 물론 단위는 가족단위 이상이고, 캠핑은 완전 한 살림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러니까 차를 한대 더 들일 수 없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내가 일인용 텐트 하나 칠 자리는 널리고 널리고 널리고 널렸다.

 오너 불러 라고 이야기 하고 싶지만 일단 평화로운 해결책을 구한다. 승질을 낸다. 자리가 이렇게 많은데 뭐가 없다는 거냐? 난 여기서 자야겠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럼 니가 자리를 찾아서 괜찮겠다 싶으면 거기서 텐트 치고 자라고 한다. 그럼 그렇지. 돌아다녀 본다. 다들 이렇게 다들 가족 단위 이상의 큰 캠핑 마을을 형성해서 살고 있다. 이건 그냥 살고 있다고 표현 하는게 맞겠다. 집시마을 같다.

 

 캠핑지역이 너무 넓어서 한참 돌아다녀 보니 조그만 텐트들도 간간히 보인다. 조그만 텐트 두개가 나란히 펼쳐져 있는 것이 보인다. 옆에 주섬 주섬 텐트를 피기 시작했다 텐트 주인들이 나타난다. 인사를 했다. Hello~ 아시아인 하나와 서양인 하나다.

 낯 익은 말이 들인다. 한쿡 싸람이세요? 가 아니고 한국 사람이세요?. 아이쿠. 이렇게 반가울 때가. 그것도 나랑 비슷한 방식으로 여행하는 텐트 배낭여행객이라니. 더군다나 옆에 있는 서양인도 맘에 든다. 아메리칸이다. 영어를 배려해 주는 것이 눈에 보이는 착한 녀석이다.

 신나게 인사를 하고 후딱후딱 텐트를 친다. 내 텐트가 완성되는 속도에 놀란다. 내가 잘 쳐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사실 텐트 설계가 치기 쉽게 되어 있기도 하다.

 같이 불을 피웠다. 셋이 불가에 둘러 앉아서 식사를 준비한다. 나는 간만에 만난 한국사람을 위해 한국 쌀을 꺼내서 밥을 지었다. 나의 소형 버너에 다들 감탄한다. 하하. 오랜 시간에 걸쳐 모은 장비가 빛을 발휘 하는구나. 불 때서 고기 굽고 빵 구워 먹기는 쉽지만 물 끓이기는 쉽지 않다. 다들 서로 만족하며 서로서로 쌩스를 연발하며 밥을 먹는다.

 내가 수줍은 고백을 한다. 사실 오늘 너무 힘들고 짜증이 많이 났다고, 그런데 너희들이랑 이렇게 같이 밥을 먹고 있으니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미국애가 화답한다. thanks for the small things. Thats the point

 

 한국인 형님의 이름은 모 기범씨다. 14개월째 세계를 여행하고 다니고 계시다고 했다. 기타를 하나 가지고 다니셨다. 터키인지 어딘지 미들 이스트 아시아 지역에서 샀단다. 기타를 친다. 그 형도 기타를 친다. 미국애의 이름은 클린트 옆에서 신난다고 떠들어 댄다.  

 

 오늘 한국이 16강에서 떨어졌다. 미국도 떨어졌다. 가나가 올라갔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축제다. 하지만 밤은 깊어지고 우리도 행복했다. 여행을 다니면서 해만 떨어지면 글 좀 끄적거리다 잠들었기 때문에 8~9에는 늘 잠들었었다. 어느새 새벽1시. 달이 밝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각자 텐트로 들어갈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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