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
6.27-야생동물들과 자다
원래 오늘가바로네까지 가는 것이 목표였다. 가바로네는 보츠와나의 수도이다. 6.29일까지 남아공을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오늘 가바로네로 가서 하룻밤을 자고가바로네 주변을 하루 즐기다가 남아공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어제 늦게잠들었지만 역시나 일찍 일어난다. 해가 떠오를 것 같다. 아 어제 쵸베리버의 일몰을 봤는데, 운 좋게 일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제 쫓겨났던 호텔이 일몰 포인트라면, 이곳은 일출 포인트다. 전화위복, 새옹지마. 난 운이 좋은 놈이다. 늘 쌩스 갓.
카메라를가지고 캠프주변을 돌아보러 간다. 옆에 고양이 한마리가 따라온다. 이 녀석은 자기가 강아지인줄 아는 것 같다. 옆에 졸졸 따라온다. 멀리 갔다가도부르면 또 온다. 한국에 데리고 가고 싶은 녀석이다. 그런데 불과 30미터를 못 가서 엄청난 것들을 발견하고 말았다. 우리가 캠프를 했던 그 곳에서강으로 가는 중간에 코끼리 발자국들이 엄청나게 찍혀 있는 것이다. 마르지 않은 코끼리 똥도 있다. ‘내가 이런 곳에서잔 것이란 말인가? 밟혀 죽을 뻔 했구나…’
조금 불안해 진다. 고양이를 불렀다. 또 따라온다. 고양이와 산책을 하다니…..아무튼 조금 의지가 된다. 강가에 악어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데 고양이가 나보다 빨리 눈치 채고 도망칠 것이라 생각하고계속 고양이를 데리고 다닌다. 어제 악어를 보니까 처음엔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더라. 보호색이다.
더 엄청난 것을발견한다. 사자 발자국. 귀여운 고양이 발자국 같은 것이 내 발보다 크게 찍혀 있다. 코끼리 한태 밟혀 죽는 것과사자밥 중에 선택 하라면…. 나는 사자밥을 선택하겠다. 코끼리한테 밟혀 죽었다고하면 뭔가 너무 웃기다. 하마한테 물려 죽는 것도 웃기다. 상어한테 끌려 들어가거나, 사자한테 따귀를 맞는 것이 그래도 좀 덜 쪽팔릴 것 같다.아 뭔소리. 아무튼 그 옆에 수달 집 같은 것도 있고 원숭이도 뛰어다니고 난리다. 이런 곳에서 잤구나.
아침 해가 떠오른다. 아름답다. 일몰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차가운 강에 아지랑이가 피어 오른다. 멀리 갈대와 눈앞의 나무들이사이로 피어 오르는 아지랑이가 묘한 분위기를 연출 한다. 고양이도 옆에서 얌전하게 앉아 있는다. 마치 경치 구경이라도 같이 하는 듯 하다.
사진 출정을 마치고 캠프로 돌아온다. 100미터도 안되는 거리다.
텐트 패거리와같이 밥을 해 먹는다. 한국인 여행자 기범 형님께서 밥을 지으시고, 나는 깻잎캔을 땄다. 언젠가 먹으리라 하고 아껴둔 깻잎캔을 개봉하는 날이다.오늘을 마지막으로 야영 생활을 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에 그리고 함께 먹어도 아깝지 않았기에 유감없이 땄다. 솔직히 정말 작은 것이지만오늘은 정말 크게 느껴진다. 그리고 같이 먹는 동료들도 크게 감동한다. 단 한캔의 깻잎에.
클린트는‘이거 잎이냐?’ 이러면서 깜짝 놀란다.너네 이런걸 먹냐? 라는 의미도 있지만, 조리법 자체에 대한 감탄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먹어보더니 맛있다고 난리다. 너가 이걸 먹을 수 있을지모르겠다고 했던 나의 우려와는 달리 너무 좋아한다. 임프레시브 하단다. 내가 이게 후추 맛이랑 박하 맛을 적절히 섞어 놓은 허브다. 라고 하니딱 그렇다고 막 먹어댄다. 기범형이 젓가락으로 깻잎을 한장씩 뜯어서 클린트 밥에 올려준다. 내가 미국에 돌아가서 한국인 그로서리에 가면 있을 거라고했다. 이름은 cat-leaf 라고 알려준다. 그러면 잘 찾아 줄 거라고 했다. (쎄시미 리프 보단 이게 찾기 쉽지 않을까? 나의 의견.)
내가 짐을제일 먼저 정리한다. 씻고 짐을 정리해도 늦지 않는다. 클린트는 컴터 질 한다고 제일 늦게 텐트를 걷었다. 짐도 대충 싸더라. 그 공안 기범형에게‘stand by me’ 가사와 코드를 적어줬다. 이 형은 이런 식으로 노트에 여러 노래들을 받아 적어 뒀다. 여행 중 기타를 충동구매 한 후 돌아다니면서기타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꽤 잘 치는 것 같다.
다들 출동준비를 마쳤다.
클린트와기범형은 짐이 너무 많다. 나는 내 배낭이 크다고 생각했는데, 어림 잡아서 봐도 짐이 내 두배는 되는 것 같다. 터질 것 같은 배낭에 양손에도한 짐이다. 클린트가 ‘you are right, we are wrong.’이라고가볍게 정리 한다. 기범형도 짐을 줄여야 하는데… 쯧쯧 하면서 간다. 그래도 다 들고 가더라. 적응 했으리라. 나도 이 배낭을 매고 걸어가는데 이제는 아무 부담이 없다. 얼마든지어디까지는 걸어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봤자 얼마 못 갈걸 알고 있지만…..
두 사람은잠비아로 올라갔고, 나는 아래로 내려간다. 정말 재미있다. 누군가는 아래로 가고 누군가는 위로 올라간다. 우리는 중간 접점에서 만난 것이다. 더재미있는 것은 서로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러면 한 둘은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클린트가자기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라고 한다. 자기도 전설이 될 태니 나중에 자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다 알 것이라고 한다.
나는 정말 짧게여행하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만난 사람들은 1년 이상씩 여행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리고 서로 만났던 사람들에대해서 이야기 한다. 정말이지 여행가 들이다. 나는 여행가라고 하기보다는 잠시나마 맛을 보고, 기회를 찾는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나는 여행가가 아니다. 여행을 온 사회인이다. 기범형은 나를 보고 한 1년은 다닌 사람 같다고 하지만 나는 나 스스로를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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