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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2)보츠와나 횡단 시작

Africa/아프리카여행일기

by 금강력사 2010. 7. 2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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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츠와나 횡단 시작>

다시 혼자 여행이 시작되었다. 다들 자기 갈 길을 간다.

나는 가바로네로 가는 방법을 모색한다. 이제는 방법이 없는 것이 당황스럽지도 않다. 원래 카사네에서 새벽6시에 가바로네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지금 시각은 10시. 나는 보츠나와 뿔라도 없다. 일단 환전을 해야 한다. 일요일이라 은행들도 문을 닫고, 환전소도 한 곳 말고는 다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근처에서 콤비(미니버스)를 탔다. 가기 전에 동네 사람들(현지인)들에게 어떻게 가야 하는지 물어본다. 먼저 어디어디로 가라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히치 하이킹을 하란다. 역시 히치 하이킹. 가격도 싸고 잘만 얻어 타면 훨씬 편하게 갈 수 있다. 보츠와나 사람들은 다들 친절하고, 의무감을 가지고 길을 알려준다. 남아공 흑인들과는 다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보츠와나 시민의식이 세계에서도 상위권이라고 하더라. 민주주의는 주순은 우리나라 보다 높다던가? 역시 뭔가 다르다 싶었다.

보츠와나 경로 정리를 해 보자.

카사네(잠비아, 나미비아, 짐바브웨 국경 도시& 쵸베사파리 허브)  -> 나타(강이 있어서 커진 듯 한 도시) ->프란세스 타운(왜 커졌는지 모르겠는 도시, 짐바브웨 국경 지역) -> 가바로네(보츠와나 수도, 왠지 남아공이랑 가까워서 된 듯 한 기분. 근처에 다이아 광산이 있음)
요렇게 이동을 할 예정이다. 일본 사람 이름 같은 ‘나타’ 와 영국으로 이민 온 프랑스 사람 같은 ‘프란세스 타운’은 왠만하면 패스 하고 싶은 것이 나의 심정이었다. 지도만 봐도 별거 없음이라고 써있기 때문이다. 

일단 히치하이킹을 하로 콤비버스를 타고 카사네 바로 옆 잠비아 국경 아래 sheseke 로 갔다. 여기는 잠비아 셰세케와는 다른 곳이다. 그곳에 가니 많은 사람들(??)이 히치하이킹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히치하이킹의 명소인 샘이다. 사실 다른 곳 같으면 콤비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곳인데, 콤비 버스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몇일에 한번씩이나 가는 노선이기 때문에 대부분 히치를 시도 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경쟁자가 많다. 히치 배틀이다. 차만 서면 다들 달려간다. 나도 달려간다. 아무리 봐도 오늘 가바로네까지 가는 차를 타기는 무리이고 일단 프란시스 타운으로 가는 차를 골라 타기로 했다. 프란시스 타운에 가면 가바로네 가는 차는 무지하게 많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럴 것이다. 론니플레닛에도 나와 있다. 믿을 수는 없지만.
많은 차들이 지나간다. 프란시스 타운을 가려는 사람은 네 사람.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한대 서고 프란시스 타운으로 두명만 태우고 갈 수 있다고 한다. 어떤 흑인 여자가 먼저 타고 그 차를 세웠던 사람이 얼른 타라고 나를 부른다. 땡큐~ 아이 러브 보츠와나. 
심지어 차도 폭스바겐이다. 모델명은 잘 모르겠지만 엄청난 속도로 달려 줬다. 평균 140정도는 되었던 듯 하다. 140키로로 달릴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길이 그냥 직선이기 때문이다. 저 멀리 달려오는 차가 저 멀리서부터 보인다. 마치 영화에서처럼 차가 마주보고 달려 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러다가 눈앞에 나타나면 옆으로 지나 간다. 상대속도는 200키로 이상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처음 나보고 보츠와나를 가라고 했었던 아저씨의 표현대로 코끼리가 도로 위를 걸어 다니더라. 정말 도로위로 올라 왔으면 대형사고가 터지겠지만, 그렇지는 않았고 도로 옆으로 엄청난 크기의 코끼리가 지나 가는 것을 두번이나 목격 하였다. 내가 차를 타고 절반이상 잔 것을 감안 했을 때 얼마나 코끼리가 많은지 예상되는 항목이다. 승용차에서 본 코끼리는 사파리 사륜구동 차 위에서 보는 것 보다 훨씬 크게 보였다. 정말 코끼리 만하게.

보츠와나와 나미비아는 히치하이킹이 굉장히 일반적이다. 일종의 카풀 제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넓은 땅에 낮은 인구 밀도를 감안 했을 때, 상당히 합리적인 방법이 아닌가 한다. 일단 시민의식이 바쳐주는 곳이기 때문에 서로 믿고 타고, 태울 수 있고, 차주인은 기름 값은 뽑는다. 얼마나 좋은가? 한국에서 히치하이킹을 상상해 보지만, 상상만 해도 복잡하다. 

차 드라이버는 아주 젠틀하고 운전도 잘했다. 왠지 보츠와나에서 좀 잘나가는 흑인 아저씨 같았다. 옆에 타고 있는 청년은 아들 같기도 하고, 동생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뭔가 둘이 계속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말투가 꽤나 젠틀하다. 까무러치게 깔깔거리지도 않고, 언성이 마구 높아지지도 않는다. 물론 자기들 언어를 사용한다. 
나 말고 같이 히치를 해서 옆에 타고 있는 흑인 여자는 뭔가 전형적인 깍쟁이 필이다. ‘나타’ 를 지날 때 ‘나타’가 뭐가 유명하냐고 물으니 모른단다. 모를 수도 있겠지. 그럼 ‘나타’가 왜 큰 도시가 되었냐? 고 물으니 그것도 모른단다. 그래도 ‘나타’는 보츠와나에서 대구 즘 되는 도시인데. 그리고 그 여자가 사는 프랜시스타운 옆에 있는 도시인데 왜 모를까?  왜 그런걸 자기한테 물어보냐는 말투다. 안 가르쳐 줘도 금방 알 수 있겠더라. 도시 한복판에 강이 흐른다. 그리고 나중에 이 여자가 나한테 드라이버한테 프렌시스 타운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라고 한다. 자기가 가는 곳에 태워 줄 수 도 있다고 하면서 나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니가 물어봐라 난 아무데나 내려도 상관없다.’ 라고 하고 싶지만 꾹 참고, 기회가 되면 물어볼게 라고 했다.

저녁 무렵이 되어서 프랜시스 타운에 도착했다. 곧 해가 질 것 같다. 드라이버는 내가 걱정돼 죽겠다는 표정이다. 보츠와나에 와서 느낀 것은 흑인들이 관광객들의 안전을 너무 많이 걱정해 준다는 것이었다. 카사네에서도 밤에 돌아다니지 마라, 택시가 안전하다 등 등 이런 저런 염려를 해 주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안되면 자기 집에라도 가자고 할 태세다. 내가 상황을 조절할 수 있으니 걱정마라고 하고 드라이버를 보냈다. 바로 터미널 근처였는데, 절대 터미널에 가서 사람들한테 길을 물어보거나 외부인 티를 내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런데 안물어 보면 어떻게 가냐? 이런 상황에 많이 닥쳐 봤기 때문에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해준다. 고맙다. 좀 엄살 부려서 걔네 집에 갈걸 그랬다는 생각도 든다.
아침부터 차를 타고 왔더니 배가 고팠다. 터미널에 가서 일단 음식을 좀 사서 먹었다. 음식을 먹으면서 주변을 보니 경찰들이 역시 하릴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불러서 가바로네로 가는 버스에 대해서 물어봤다. 자기들끼리 한참 의논을 하더니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뭐라고 물어본다. 그러고는 지금은 너무 늦어서 버스가 없다고 한다. 내가 히치하이킹을 해서 갈 수 있냐고 물으니, 가능하긴 한데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고 한다. 할거면 어디어디로 가서 시도를 하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은 짐바브웨 불법이민자들이 많아서 범죄 때문에 밤에 히치를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나도 동감이다. 별것 없는 프랜시스 타운에서 결국 하루를 자게 생겼다. 론리플래닛을 펼쳐보니 backpackers도 없다. 경찰에게 물어봐도 그런건 없다고 한다. 단 주변의 로지들만 알려 준다. 론니 플레닛에도 그렇게 밖에 안 나와 있다. 날이 조금만 밝았어도 찾아볼 의사가 있었지만, 이미 캄캄하다. 결국 가까운 로지로 택시를 타고 갔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식으로 하면 모텔 같은 곳이다. 
아 이런 너무 비싸다. 달러화로 하면 약 40달러. 지금까지 잤던 곳들 5일치는 되는 돈이다. 방에 들어가니 푹신한 침대에 샤워시설도 괜찮게 되어 있다. 하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다. 이건 사고다. 밖에 나가서 음식을 사와서 해 먹으려고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아 그냥 사 먹을걸. 여행 중에 밥을 제대로 못 먹으면 정말 서럽다. 오늘도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밥을 맛있게 먹어야 되는데…비싼 돈 주고 들어와서 이러고 있다니. 백팩커스에 가면 여행자들끼리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음식도 나눠 먹을 수 있는데 정말 기분이 별로다. 다시 한번 왜 백팩커스가 혼자 여행 다니는 사람에게 좋은지 감이 온다. 거기 가면 외롭지 않기 때문이다. 넓은 방도, 혼자 쓰는 침대도 샤워실도 그저 의미 없는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공간일 뿐이다. 
그래도 잠은 잘 자야지. 혹시나 프렌시스 타운에 뭐가 있나 책을 뒤져 보고,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들을 뒤져 봐도 다 별거 없다는 이야기만 나에게 한다. 내일 아침엔 가바로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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