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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짧은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 - 보츠와나의 수도 가바로네

Africa/아프리카여행일기

by 금강력사 2010. 7. 2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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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
 

6.28 – 짧은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 보츠나와의 수도 가바로네.
 이름을 알고 싶지도, 알려 주고 싶지도 않은 로지에서 일어나 배낭을 싸 들고 나왔다. 이제는 배낭이 가볍게 느껴진다. 내가 들고 다니던 깻잎 캔을 땃다고 이렇게 배낭이 가벼워 지는 않았을 텐데, 잃어 버린 여행용 충전기 때문에 배낭이 이렇게 가벼워 지지는 않았을 텐데.
사실 어제 로지에서 샤워를 하고 거울을 보면서, 유난히 굵어진 양 쪽 다리를 보게 되었다. 특히나 허벅지. 상대적으로 상체는 작아지고 특히 어깨와 팔 이두, 삼두는 많이 줄어 들었더라. 다리를 보면서 얼마 전 길에서 본 스프링 복이 떠올랐다고 하면 너무 오바 일까? 아무튼 나의 신체적 변화와 배낭이 가볍게 느껴지는 것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해 본다.

로지에서 버스 역까지 가는 길은 상점들이 늘어 서 있었다. 말하자면 프렌시스 타운의 중심가인 셈이다.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 중국 상점들이 많은지, 차이나 타운 같다. 정말 흑인들이 맨날 나만 보면, 니하오~ 하고 인사하는 것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중국 애들도 지나가면서 니하오~ 하고 인사를 한다. 나는 헤이~ 이러고 답변한다. 솔직히 여행 중에 하도 사람들(현지인)이 니하오~ 차이니스? 이렇고 묻길래 나중엔 짜증을 부리면서 아메리칸이라고 하고 다녔다. 코리안 이라고 하는 것도 질렸기 때문이다.
오른편으로 기찻길이 보인다. 오전에 한번, 저녁에 한번 가바로네로 가는 기차가 있다고 하는 정보를 론니 플레닛에서 봤기 때문에 도전 해 보기로 했다. 있으면 기차를 타고 갈 것이다. 그래서 기차역 주변 사람들에게 어디서 표를 살 수 있는지 물어봤다. 그런데 다들 부정적이다. 저기 기차역이 있기는 있는데, 사람이 안탈걸? 하는 반응이다. 보츠와나 사람들은 역시나 친절하게 자기들끼리 한참 의논을 하고 나한테 ‘그냥 버스를 타라 기차는 없단다.’ 이러고 간다.
그래 그냥 버스를 타자. 기차는 다음에 동부 아프리카 여행 기회가 있다면, 도전해 보리. 러시아 횡단열차를 타리. 유레일패스를 타리. 한국가서 ktx를 타리. 신깐센. 뭐든 기타 등등. 있는 곳에서 타야지 없는 곳에서는 못 탄다.

버스를 타니, 역시나 장사하는 사람들이 우르르 버스안으로 밀려 들어 와서는 뭐사라 뭐사라 난리다. 아 나는 너무 피곤하다. 아프리카 여행은 햇빛이 피곤한게 아니라 사람이 피곤하다. 어디든 안 그렇겠냐 만은…. 사람이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버스를 한참 타고 가다가 예전 나미비아에서와 비슷한 상황을 맞이 했다. 버스가 기술적인 문제로 안 가기 때문에 갈아 타라는 것이다. 그러고는 자기들끼리 표를 주고, 돈을 주고 받으면서 승객을 팔아 넘긴다. 기술적인 문제 좋아하시네. 그냥 버스가 꽉 안차서 돈이 안되니 가기 싫어서 그러는 것인 줄 다 안다. 그래도 사람들은 늘 상 그러려니 하고 두말없이 갈아 탄다. 난 두말은 없지만 피곤하다. 아 이놈들아….

가바로네에 도착했다. 도로 위에 차들이 많아지고, 정말 많아지고, 좋은 차들도 더 많아지고, 차 드라이버들이 백인들이 많다. 왠지 다시 문명 사회로 돌아온 기분이다. 기분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이름만 수도인 도시가 아니라, 높은 빌딩과 쇼핑몰들이 있고, 다운타운은 정비돼 있는 도시다. 가바로네.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도시 이름 같다. 가바로네….
가바로네에 좋은 캠핑장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도를 보니, 택시를 타고 한참을 가야 했다. 사람들에게 물어서, 콤비버스를 찾아서, 그 버스를 기다려서, 중간에 갈아타고 그 캠핑장소까지 갈 여력이 오늘은 없다. 마음이 허락을 하지 않는다. 많이 조급해지고 각박해 졌다. 기간을 정해놓고 하는 여행이라 일정에 쫓기다 보니 스스로 넉넉함을 잃어 버린 것 같다. 그리고 이걸 내일 아침에 반복할 여력은 더더욱 없다.

작전을 세웠다. 일단 프리토리아로 가는 인터케이프 버스표를 사기로 마음 먹었다. 아. 그런데 왜 내일 버스를 타고 가야 하냐고? 사실은 고백하자면 이 여행은 100%자유로운 여행이 아니다. 프리토리아에서 한국광물자원공사 남아공 지사 인턴을 예약 했기 때문이다. 역시 밥먹고 사는 일과 노는 일은 다르다. 인턴을 예약 했다고 하니 버스를 타는 것 같지만, 인턴 생활이 무급이니까 그냥 내가 머리 들이밀고 몇 일만 써 주세요,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약이라는 표현도 그다지 틀리지 않다.

프리토리아로 가는 인터케이프 버스표를 샀다. 직원이 암만 봐도 남아고 흑인 필이다. 나도 대충 남아공 흑인들 말을 구분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것 같다. Believe me.

표를 사고 배를 채우고 싶어서 시내를 걸어서 돌아 다녔다. 물론 배낭을 매고 다녔다. 벗어 둘 곳이 없으니 어쩌겠나? 그래도 이제 적응이 되어서 그냥 등 껍질 하나 붙어 있는 기분이다. 좀 좋은 곳으로 가려고 했으나 배낭의 압박에 결국은 그냥 프렌차이져 치킨 집으로 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흑인들은 치킨을 정말 좋아한다. 나도 오늘은 맛있게 먹는다.
가바로네 중심가는 남아공의 큰 도시들과는 조금 다르다. 물론 흑인 인구도 높고, 그렇게 깨끗하지는 않지만, 별다른 위협을 느낄 수 없고, 사람들도 조용조용하게 다닌다. 보츠와나 사람들은 비교적 얌전하다.
시내는 조성 된지 그렇게 오래 됐다는 느낌은 없다. 가바로네에 대해서 자세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남아공, 다이아몬드와 관련하여 성장한 신흥 도시 같다는 느낌이다. 한국의 대전 같은 분위기라고나 할까? 보츠와나 역사는 잘 모르겠다. 솔직히 안 읽어봤다.

다시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괜찮은 숙소를 구해 보았다. 없다. 있는데 다 비싼 곳들이다. 별 세개 이상 짜리 숙소들이다. 어제 프렌시스 타운에서 숙소에 돈을 쓰고 얼마나 후회를 했었나.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텐트를 쳤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오늘은 포기 하지 않으리.
결국 가바로네 인포메이션에 가서 도움을 청했다. 보츠와나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흑인들이 친절하다. 선민의식이 있다. 아무튼. 인포메이션에서 내 숙소를 찾기 위해서 기분으로는 대략 30분 정도는 이곳 저곳에 전화를 해댄다. 250뿔라에 재워 주겠데. 어디로 가라. 여기는 좋은 곳인데 290뿔라에 해준데. 가라. 내가 만족을 못하자, 얘들이 더 애가 터졌다. 오늘 따뜻한 샤워를 하고 티비를 보다가 자고 싶지 않니? 왜 그렇게 사서 고생을 하려고 하냐? 등등 온갖 회유책까지 쓴다.
나는 마음을 먹었다. 오늘은 숙박비에 돈을 쓰지 않기로. 일단 고맙다고 하고 밖으로 다시 나갔다. 텐트 칠 곳을 찾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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