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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 착한 경찰

Africa/아프리카여행일기

by 금강력사 2010. 7. 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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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경찰서

 스와코프문트에서 경찰서에 갇혔다고 뻥을 쳤었는데, 이번엔 정말 경찰서 신세를 지게 되었다.
 
 한참 잘 곳을 찾아 다니다가, 주유소 앞 공터에 텐트를 쳐 볼까 하기도 하다가, 뒤뜰이 있는 집에 들어가서 물어보기도 하고 아무튼 별 짓을 다해 봤다. 결국 실패. 솔직히 타운 안은 텐트를 칠만한 환경이 아니었다. 아까 인포메이션에 나를 위해 힘써 주던 사람들이 다시 한번 고마워 진다.
 
 한참 돌아 다니다가 눈앞에 경찰서가 나타났다. 왠지 예전에 찍은 동영상도 기억이 나면서 운명 같은 것이 느껴졌다. 오늘은 여기서 잔다. 경찰서 앞에 서서 노가리를 까고 있는 경찰들에게 다가 갔다. 내가 여행을 다니고 있다. 한국에서 왔다. 등 등 헛소리부터 시작해서, 보츠와나 쵸베 사파리가 어쩌고 등 별소리를 하면서 친한 척을 했다. 그러다가 내가 잘 곳을 찾고 있는데 라는 말이 나왔던 시점에 또 한번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일어 난다.
 아까 인포메이션에서 나를 도와 주려던 사람 중에 한 명이 지나가는 것이다. 그러더니 나보고 잘 곳은 찾았냐고 물어본다. 내가 경찰서를 턱으로 가리키며 눈치를 주자, 바로 자기들 말로 경찰들과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곧 장 여경 하나가 오케이~! 이러면서 날보고 따라 오라고 한다. 딱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시간은 6시.
 참 신기도 하지. 무슨 조화일까. 내가 잘나서 그런 것일까? 시기 적절한 타이밍에 꼭 헬퍼들이 어디선가 나타나서 나를 도와 주는 건 도대체 무슨 기막힌 우연이란 말인가. 이런 의외의 헬프가 하도 많아서 정리도 다 못하겠다. 지금까지 내 블로그 글들을 재미나게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어디에 누가 어떻게 나를 도와 줬는지 한번 찾아 보는 것도 재미 있는 일일 것 같다. 아무튼 정말 신기하다. 옛 사람들은 신의 천사라고 표현했었다. 나도 그런 것 같다. 지금 내 머리로는 설명이 잘 안 된다.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철창으로 나를 밀어 넣지는 않는다. 보츠와나 수도 가바로네의 경찰서라고 해 봤자, 우리나라의 번듯한 경찰서와는 다르다. 구질구질한 사무실에, 경찰들이 이리 저리 우르르 몰려 다닌다. 화장실은 옛날 고속버스 터미널 화장실 수준이다. 그래도 나에게는 최고의 잠자리다. 아무 의미 없는 로지에 가서 자는 것 보다 훨씬 더 의미가 있다.
 여행을 다니면서 생기는 욕심은 잠자는 것, 먹는 것, 이동하는 것, 만나는 사람까지 모두 의미 있는 것들로 채워 넣고 싶다는 것이다. 단 하나라도 무의미 하면 혓바늘이 돋는다. 진짜 돋는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밤 잠자리는 정말 완벽한 곳이다.
여경이 부서진 소파의 매트리스를 바닥에 던져 주면서 이렇게 자도 괜찮겠냐고 물어본다. 대답했다. ‘Such a perfect place for me~’진심이다. 다들 웃는다.

 복도에 텐트를 쳤다. 다들 구경이 났다. 경찰들도 구경하고, 잡혀 온 놈들도 구경하고 나도 구경한다. 정말 신기한 광경이다. 경찰서 복도에 왠 텐트? 그리고 내 짐들을 텐트 안에 넣었다. 배가 고파 오는 것이 저녁 먹을 때가 되었나 보다. 가까운 식품점으로 쇼핑을 나갔다. 어제 산 아보카도와 햄버거 빵과 함께 먹기 위해서 우유를 하나 사고, 오렌지를 몇 개 샀다. 그리고 경찰들에게 줄 콜라도 큰 거 한 병을 샀다. 흑인들은 콜라를 좋아하더라. 아마 취향을 잘 맞췄을 것이다.
 돌아와서 순찰 나가는 팀에게 오렌지와 콜라를 건네 줬다. 좋단다. 당연하듯이 받아가는 꼴이 딱 보니 부패 경찰이지만, 나는 그냥 인간적으로 보려고 한다. 인간적이니까 나도 이러고 잘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들어가니 나이든 경찰 하나가 자기 음료수는 어디 있냐고 한다. 역시 얻어먹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다 줘버렸다고 하자, 받아 간 애들을 혼내 줘야겠다고 하며 투덜거리며 나간다. ㅎ 난 갑부가 아니라 어쩔 수 없다.
 일찍 자야 한다. 내일 인터케이프 버스는 새벽 6시에 출발한다. 비록 버스가 출발하는 주유소가 가깝긴 하지만, 그래도 5시에는 일어나야 텐트를 걷고 짐도 싸고 세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찰서에서 늦게 까지 깨 있어봤자 뭔 좋은 꼴 보겠는가? 서 내의 경찰들이 신기해 하면서 이것 저것 물어보는데 일일이 대답해 주는 것도 힘들다. 벌써 한 5명 에게는 ‘내가 한국에서 왔고, 여행을 한달 정도 하고 있고, 월드컵 경기는 하나 봤고, 보츠와나는 좋은 나라 같다.’ 등 의 쇼트 스토리를 이야기 한 것 같다.
 나의 아늑한 텐트 속으로 들어와, 나의 최첨단 에어 매트에 따뜻한 입김을 불어 넣는다. 그리고 미래 소재인 베개를 원상 복귀 시키고, 재산 목록 1호인 호화 침낭을 탈탈 털어서 편다. 밖의 소음도 막을 겸, 아껴 뒀던 MP3 플레이어를 꺼낸다. 이어폰을 귀에 꼽고 ‘오아시스’ 노래를 흥얼거린다. 저녁 8시경. 경찰서는 정말 개판이다. 너무너무너무 시끄럽다. 가바로네 중심가에 있는 경찰서니 오죽하겠는가? 신경 쓰고 싶지 않다. 나는 나만의 평화를 즐기며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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