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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마무리. 프리토리아에서 새 시작.

Africa/아프리카여행일기

by 금강력사 2010. 8. 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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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하네스버그에서 잠시 버스가 멈춘 후 다시 프리토리아로 향했다. 처음 남아공에 도착에서 4일간 머물렀던 프리토리아가 한번 머물렀었다고 고향에 오는 것처럼 마음이 푸근해 진다. 하지만 프리토리아가 남아공의 큰 도시 중 하나인 이상 절대 푸근하고 만만한 곳은 아니다.

 그래도 프리토리아 버스역에 내려서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이 잡힌다. 고아원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우연히 통화하게 된 요셉이라는 친구가 있다. 우간다 출신에 남아공에서 2?째 생활하고 있는 한국인 요셉. 이 친구집에서 당분간 지내기로 예전에 통화로 이야기가 되었다. 내가 너무 다짜고짜 그냥 있어도 되냐고 물어본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단 이 친구 집으로 가야겠다. 다행히도 요셉이가 살고 있는 곳은 프리토리아에서 익숙한 헤필드 지역이다.

 버스에서 내려서 전화를 걸었다. 요셉이와 통화를 한다. 헤필드 아무데서나 5시즘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고아원에서 친하게 지냈던 원장님 딸 사비나와도 통화를 한다. 역시나 헤필드 지역에 있다고 한다. 아 왜 그렇게 헤필드라는 곳에 이 친구들이 많이 머물고, 나 또한 익숙하게 생각하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겠다.

 헤필드는 프리토리아 대학교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이다. 프리토리아 대학교는 전통적으로 큰 학교이고 예전에는 이곳에 백인들만 살던 지역이다 보니 위험이 덜하다. 현재도 많은 백팩커스들이 이 지역을 중심으로 위치해 있고, 타운 밖 오피스 파크 들도 헤필드와 브룩클린 지역에 걸쳐서 있다. 그러다 보니 경찰들의 순찰 빈도도 높고, 상대적으로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서로 지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는 안전하다는 요셉이의 설명에 나의 의견을 조금 붙인 설명이다.

 

 가벼운(?)배낭을 등에 매고 정거장에 내려서 미니버스를 타로 간다. 택시를 타도 되겠지만, 돈이 엄청 모자란 상황도 아니지만, 기본에 충실하게 미니버스를 타로 간다. 그런데 정류장에서 헤필드 지역으로 바로 가는 미니버스가 없다. 중간에 갈아타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다른 버스를 잘못 탈 확률이 높다. 일단 시내 중심가로 걸어가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어디서 미니버스를 타야 하는지 물었다. 미니버스를 탈 수 있는 지역은 론니플레닛에도 안 나와있다. 한국말로 된 여행책은 아예 존재 하지도 않는다. 어지간한 여행자에게 물어봐도 답이 없다. 현지 한국 사람은 요셉이도 모른다. ? 미니버스를 거의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기왕 알아낸 정보 기억을 더듬어서 공유하도록 하겠다.

 

 사실 남아공 어느 도시서든 심지어 조그만 마을에서 조차 미니버스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미니버스를 타면 어디든 갈 수 있다. 갈아타면 되니까 시간만 많다면. 하지만 나는 시간이 그렇게 많은 사람도 아니고, 남아공에서는 왠만하면 모르는 티 내면서 헤매고 다니는 것을 추천하고 싶지 않기에, 미니버스는 한번에 목적지로 가는 것을 타는 것이 좋겠다.

 역에서 타운 쪽으로 걸어 내려오면서 사람들에게 계속 물어 봤다. 어디로 가면 헤필드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지. 다들 계속 가르쳐 준다 이리로 가면 된다. 저리로 가서 물어보면 된다. 그 사람들이 알려준 길로 계속 따라 걸었다. 그러다가 세번째로 물어본 커플이 헤필드로 간다며 자기들을 따라 오라고 한다. 남자친구는 여자친구가 헤필드로 가는데 버스 타는 근처까지 데려다 준다고 한다. 물론 흑인 커플이었고, 둘은 러블리한 커플이었다.

 여자애는 헤필드에 있는 spur라는 페밀리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일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 뒤를 따라갔다. (길을 물어볼 때 팁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혼성으로 구성된 집단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물론 혼성 양아치는 알아서 피하자.)

 그렇게 대략 15~20분 정도를 걸어서 미니버스들이 대기 하고 있는 타운의 정류소 같은 곳으로 왔다. 케이프타운에도 이런 곳이 있었고, 더반에도 있었다. 큰 도시에는 비슷한 분위기의 장소에 미니버스들이 대기하고 있다. 물론 중간중간에 올라타도 상관없지만 어디로 향하는 버스를 타야 자기가 원하는 장소를 갈 수 있는지 모를 때는 이런 곳을 찾아서 버스를 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어디로 가느냐 물어볼 수 가 있기 때문. 그리고 기사들도 때에 따라서 자기들 마음대로 목적지를 바꾸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프리토리아에서 16강전이 있는 날이다. 일본과 파라과이가 붙는단다. 사실 난 모르고 있었는데, 차 타고 오면서 거리에 걸린 깃발을 보고 알았다. 헤필드에 가까워지자 차들이 많아지고 온 길거리에 사람들이 차를 대고 경기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헤필드 바로 옆에 롶터스’(프리토리아 럭비팀) 홈 구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월드컵 경기도 같이 열린다. 그런데 하필 오늘이 그날이다. 뭐 좋은 구경 할 수 있을 것 같다.

 

 spur에서 일한다는 린다와 함께 헤필드에서 버스를 내렸다. 그리고 그냥 spur로 갔다. 거기서 밥을 먹을 생각을 하고, 사비나와 요셉에게 전화를 했다. 다들 곧 온다고 한다.

 

 헤필드 광장 안에 있는 spur로 들어갔다. 광장 안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고, 일본경기를 보려고 사람들이 들어와 있다. 솔직히 반갑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나를 일본 사람으로 아는 듯 하다. 난 좀 구식이라서 일본이 그다지 좋지 않다. 여기서 백인 애들이 얼굴을 일장기모양으로 칠하고 일장기를 몸에 두르고 응원하는데 그다지 보기 싫더라. 솔직한 나의 감정. 일본이 잘나가는 나라인 것임은 인정하나내가 토종 한국인인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아무튼 스파에서 스테이크를 하나 시켜놓고 먹고 있으니 사비나가 왔다. 요셉도 왔다. 요셉이는 오늘 처음 봤는데 셋이 고아원을 인연으로 친구가 되었다. 이제 이 친구들과 앞으로 3주간 프리토리아 생활이 시작된다. 다들 너무 즐겁다. 내가 제일 즐겁다. 처음 고아원을 소개 시켜준 문수형도 나중에 온다고 한다. 프리토리아에서 3주가 기대 된다.

 

 파라과이 이겨라.

 

 후담이지만, 사비나는 한국 사람들이 왜 일본을 응원 안 하는지 이해를 못한다.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 사람들은 이해 하리라. 프랑스 사람들도 이해 한다. 네덜란드 사람들도 이해 한다. 아프리카 애들은 뭔가 자기들만의 동질감을 확실히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뭔가 아프리카는 외부 세력들로부터 침범 당했고, 그들을 함께 극복해야 한다는 정서가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이들 사고와 철학의 큰 축이라고나 할까?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나라도 비슷한 경험이 있지만, 이들은 그 구분 기준이 피부색이다. 흑인이 흑인을 침범하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아무튼 흑이랑 다른 피부색이 싸우면 무조건 흑 편이다. 이해는 할 수 있다.

위 사진은 걸어서 이동한 경로. 아래 빨간 선은 최종 이동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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