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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여행자

Africa/아프리카여행일기

by 금강력사 2010. 8. 1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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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육관이 엄청 넓다. 옥타곤에 링이 설치 되어 있고, 샌드백 등 시설도 넉넉하다. 

지금까지 포스팅을 해 오면서 여행자로서 글을 써 왔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또 하나의 무수한 내가 존재 한다. 물론 여행자로서의 내가 그 무수한 나중에 하나기 때문에 굳이 여행 포스팅이니 뭐니 구분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지금 쓰는 글은 여행 중 전혀 다른 나의 모습들이기 때문에 이렇게 서론이 길어졌다.

서론이 거창 하였지만, 사실 별 내용은 아니다.

 

예전부터 격투기를 사랑했던 나는 프리토리아에서 보내는 남은 3주간 운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한달전 프리토리아를 떠나기 전(처음 남아공에 도착해서 고아원을 가기 전)에 boxing gym어쩌고 하는 공사가 진행 되고 있는 것을 유심히 보았다. 뭐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역시 내눈에는 그런 것들만 보인다.

한국에서도 서울에서도 부산에서도 시골에서도 어딜 가든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곳은 무슨무슨 체육관 들이다. 남아공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그래서 인턴 생활을 시작하면서 바로 그날 저녁 체육관을 찾아 갔다. 마침 내가 돌아 온 시점에 체육관을 막 여는 시점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창관 멤버즘 되는 것이다. 이곳은 타이틀은 boxing bym이다. 하지만 관장은 MMA(Mixed Marshal Arts)선수였고, 주 내용도 MMA였다.

클래스는 매일매일 있고 같이 운동하는 관원은 어림잡아 30명 정도 되었다. 내가 참석하는 6시 클래스는. 그런데 6시 외에는 프로선수거나, 백수일 것 이다. 그러니까 전체30~40명 정도 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일주일에 두 번씩 복싱 전문코치2명이 번갈아가면서(선수 출신, 무슨 무슨 타이틀도 있었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음) 와서 지도를 해 주고, 주짓수 블랙 밸트가 요하네스버그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와서 지도를 해 준다고 했었는데, 내가 다니는 동안은 한번도 본적은 없었다. 그리고 관장, 선수로 보이는 친구 둘에 관장 여자친구 까지 이렇게 코칭 스텝이라고 보면 되겠다.

 

첫날 이 도장에 갔을 때, 왠 무식하게 생긴 엄청난 거구가 밴츠 컨버터블을 끌고 오길래 완전 쫄았는데 이 인간이 관장이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주고 받자 귀여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굵은 목소리지만, 혀가 조금 짧고, 원래 아프리칸스를 쓰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조금 어눌한 영어로 클래스와 운영에 대해서 설명을 해 줬다. 열정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험악한 얼굴로 계속 웃어 댄다. 그리고 관장의 여자와 애정을 과시한다. 진정 미녀와 야수 구나. 귀여운 남자다.

솔직한 이야기로 관장이 헤비급 선수임은 의심할 필요가 없지만 강한 선수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주짓수는 기술의 디테일이 떨어지고, 복싱역시 주먹이 빠른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헤비급이니까 무섭긴 하다.

젊은 백인 코치가 있는데, 이 친구는 UFC기준으로 미들급과 라이트 헤비 정도로 보였고, 체격이 좋다. 훈련하는 걸 많이 볼 기회는 없었는데, (왜나하면 내가 운동할 때는 코치를 함으로..) 펀치는 나름 날카롭고 킥도 자유롭게 쓰는 편이었다. 그래플링은 기본적인 주짓수를 가르치는 것은 봤지만 직접해보지는 않았다. 체급차이도 많이 나는 편이라 스파링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 친구가 내 동작들을 엄청 칭찬을 많이 해 줬었는데, 특히 어퍼컷 스텝과 깔려있는 상태에서 무브먼트에서는 계속 칭찬을 했다. nice를 연발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그러면 더 신나서 즐겼던 기억이 난다.

 

역시 나의 특성상 너무 열심히 운동을 해버려서 나중에는 거의 코칭 스텝이 되었고, 코치들이 입는 티셔츠를 받고 운동을 했다. 내가 가르쳤던 부분은 그래플링 부분. 물론 돈을 받거나 할인 따위는 없었다. 주짓수를 배운 경험과, 유도부에서도 그래플링만 즐겨 했던 경험을 살려서 신나게 운동했었다. 사실 내 주짓수는 존프랭클린(한국에 있는 공인 블랙밸트 :연대 교수) 기준으로 블루밸트도 벅찬 실력이었는데 여기서는 좀 먹혔다. 내 실력이 좀 는 걸까?

 

나와 함께 관원으로서 그래플링을 다른 관원들에게 가르쳐 줬던 ashley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는 대학 유도부에서 몇 년 운동을 하다가 그만둔 케이스였다. 나중에 체육관 배프를 먹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둘이서 운동을 제일 많이 했다. 케이지에서 레슬링과 그래플링을 할 때는 정말 재미있었다.

이 친구는 제일 좋아하는 선수가 ‘카롤 파라시안’이라는 UFC웰터급 선수였고, 나는 한국인 ‘김동현’ 선수였다. 김동현 선수와 카롤 파라시안은 접전 끝에 카롤이 판정승 했으나(개인적으로 이상한 판정이라고 생각) 후에 약물 문제로 경기가 무효 처리 된 바가 있다. 아무튼 그렇다 보니 나와 ashley가 그레플링 스파링을 하면 김동현과 카롤의 경기 같은 장면들이 많이 연출 되었다. 실제로 나는 백을 타서 쵸크를 많이 잡았고, 에슐리는 유도식 테이크다운을 나에게 작렬시켰다.

 

사실 인턴보다는 운동하는 재미로 프리토리아에서의 몇 주를 보냈다. 복싱 코치에게 복부를 가격당해서 다운 당하기도 하고, 러시안 덩치가 스파링 하자고 하면 밀리는 척하다가 펀치를 얼굴에 날리기도 했다. 저녁을 먹고 나면 어김없이 도장으로 향했다. 2시간 정도 하고 나면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니, 관장이 언제 돌아 오냐고 물었다. 아 뭔가 짠하다. 잘난척이 맞지만, 솔직히 그 체육관에서 나는 슈퍼루키였다. 70키로 급에서는 타격, 그래플링 둘다 톱 클래스였다. 물론 일반인 부에서.... 관장이 나 일하는지 모르고 낮에 나와서 운동하라는 둥, 스텝 티셔츠를 주는 등. 아무튼 애정을 가지고 봐 준 점을 보면 내가 장기적으로 운동해서 어디 아마추어 대회라도 참가 할 줄 알았나 보다. 아니면 그냥 불쌍해 보여서? 유일한 동양인 관원이라서?

한국으로 가기 전에 관장과 스텝들, 친한 관원들과 인사를 하는데 참 기분이 묘했다. 역시 남자는 운동을 통해서 친해지나 보다.

가기 전에 관장이 자기 도장 사진 찍어서 파일을 달라고 하더라. 자기 스폰서들한테 보여줘야 된다며 이런 저런 것들 다 찍으라고 시켰다. 안그래도 찍을 생각 이었는데 필이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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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후돔을 닮은 에슐리

                            관장과 그 여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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