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프리토리아 시내를 걷다.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데 프리토리아는 비교적 안전해서 걸어 다닐 수 있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들은 이야기.
솔직히 버스는 보이지도 않고 봉고차 같은 택시들이 돌아다니는데,(이걸 부르는 이름이 택시 뭐시기 였다. 알게 되면 다시 업데이트 해야겠다.) 솔직히 어디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다. 책에서 요하네스버그에선 이 버스택시를 이용할 때 수신호를 쓴다고 하는데 여기도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아무튼 이 버스는 도대체 노선도 없는 것이 아직은 알 수가 없다. 나중에 알게 되겠지. 그리고 Metro가 있다. 이놈은 내일 타보려고 생각 중인데, 한국사람들은 절대 타지 말라고 한다. 지금 머물고 있는 숙소의 다른 나라 애들한테 물어보니 그냥 타면 된다고 한다. 아무튼 내일은 돈만 조금 들고 나갈 생각이니 털려봐야 별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번 타 봐야 하지 않겠는가? 내일 미션이다.
아무튼 오늘은 걸어서 많이 돌아다녔다. 시계를 보면서 다녔는데 걸은 시간은 대략 3시간 정도 중간 중간에 사진도 찍고, 앉아서 론니플레닛 들여다 보고, 엉뚱한 애들이랑 이야기 한 시간들 대략 합쳐서 2시간 정도 되겠다. 한국에선 24시간 중에 먹고, 자고, X는 시간 10시간 빼면 끊임없이 목적을 가지고 시간을 써오던 것이 버릇이 되어서 그런지 여행을 와서 뭔가를 보는데 쓰는 시간이 5시간이라니 뭔가 손해 본 기분이다.
아침에 프리패이드폰을 사는데 왔다 갔다 시간 빼고, 1시간 정도 걸렸다. 피시&칩스에서 물고기와 프랜치프라이를 먹으면서 폰을 들여다 보는데 30분 정도가 걸렸고, 그리고 목적지를 향해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무튼 한국에서 시간에 쫓기면서 사는 것이 익숙해 지다 보니 끊임없이 시간을 체크하면서 뭔가를 하려고 한다. 심지어 그냥 여행을 왔는데. 글쎄. 예전부터 한국식 패케지 투어를 관광지 사진 찍고 다음으로 향하는 여행이라고 반성의 목소리를 내 왔는데, 사실 쉴 때와 일할 때의 구분이 딱히 없는 삶에서 오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바로 패케지 투어가 아니었을까?
일할 땐 시간을 콤팩트 하게 쓰더라도 쉴 때는 정말로 릴렉스 해야 하는데, 나는 여행을 와서도 ‘여행-뭔가를 본다’ 라는 목적을 가지고 시간을 채워 넣으려고 하고 있다. 이것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만, 하여튼 평소에 살던 방식을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밤에 오기 전에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감에 정말 시간을 체크하고 열심히 걷기 시작한 것이다.
목적지는 Union Building 남아공 대통령이 일보는 곳이란다. 정부 청사 즘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 청와대나 백악관과는 또 조금 다른 것 같다. 이곳을 가기 전에 나름 고원지대를 가서 내려오는 길을 택했는데, 덕분에 멋진 사진들을 찍을 수 있었다. 동시에 프리토리아 경치를 잘 구경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참 걸어서 유니온 빌딩을 갔다. 일반인에게는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정원은 엄청나게 잘 꾸며져 있다. 볼만했다. 내가 아직 유럽을 안 가봐서 잘 모르겠다만, 아무튼 유럽의 궁궐처럼 공원을 꾸미려고 한 흔적이 있다.
한참 이곳에서 사진 찍고 혼자 쑈 하면서 놀다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오는 길에 스타디움이 하나 보이길래 월드컵 경기장인가 하고 가까이 가봤다. 그런데 아닌 것 같다. 블루스인가 하는 럭비팀 홈구장 같은데 월드컵 플래카드가 걸려 있기도 하다. 그리고 학생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university of pretoria에 얼렁뚱땅 들어갔는데 뭐 여긴 솔직히 그냥 그렇다. 고대가 더 좋다. ㅋㅋㅋ.
아무튼 이렇게 한참 돌아다니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먼저 남아공의 프리토리아는 미국이랑 상당히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차가 없으면 정말 살기 힘들고,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다. 미국이나 남아공이나 큰 땅 이기는 하지만 땅이 넓어서 집 평수를 넓히고, 평평하게 토지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추구하는 삶의 양식이 넓은 집과 자동차여서 그렇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삶의 질에 관해서 생각했다. 내가 만약에 남아공에 와서 산다면 넓은 집과 좋은 차를 가질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결국 자본의 힘이라. 내가 와서 산다면 이런 저런 일을 해야 하는데 이곳의 임금은 정말이지 싸다. 주변에서 일하고 있는 흑인들을 봤다. 얼마를 받고 일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많은 돈은 아닐 것이다. 유니폼을 입고 일을 하지만 역시 설렁설렁 한다. 흑인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저임금 노동자라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비교를 해 봤을 때, 미국의 저임금 흑인 노동자들도 차를 몰고 다니고, 자기만의 공간이 허락된다. 남아공의 흑인 노동자들은 아무리 봐도 자기 차를 몰 형편이 안되 보인다. 그리고 아마 그들의 삶은 평생을 일한다고 해다 형편이 나아지지 않으리라. 식품값은 한국이랑 비슷한 수준이다. 인도가 떠 올랐다. 인도 사람들 중에 하층민들은 평생 중노동을 해서 비행기표 한장 살 정도의 돈밖에 못 번다고 했다. 남아공 하층민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도는 카스트 제도라고 한다면, 남아공에는 인종차별이 있었다. 직접적인 노예로. 하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그러나, 하지만, 많은 흑인과 컬러드의 삶은 그다지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자본의 힘 때문이리라.
후진국으로 갈수록 삶의 질이 차이가 많이 나고, 계층을 극복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많이 선진화 된 계발 도상국이 맞다. 누군가의 경제 논리는 저임금이 국가의 부를 보장한다 인데, 내가 보기엔 한국 정도의 임금 수준과 개발 정도라면 이제 저임금이 국가의 부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본가의 부를 보장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경제학 논문이 아니니까 그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뭔가 할까 그냥 잘까 말까 하고 있었는데, 숙소에서 알게 된 남녀 커플 한팀과 남남커플(게이는 아니다)이 밤에 hatfield의 바에 가자고 한다. 이게 마지막 찬스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마다하지 않고 같이 가기를 했다. 남아공에서 밤에 돌아다니면 큰일난다는 생각이 있는데, 아무튼 그렇게 생각하면 난리 날 이야기지만 11시즘에 우리 5명은 걸어서 가기로 결정했다. 사실 그래 봤자 15분 정도 거리이기 때문에 슬슬 걸어가기 시작했다. 거리상으로는 동대문에서 청량리 정도 이지만, 그 중간에 있는 건물 숫자와 인구 밀도는 서울의 건물 하나 지나는 것만도 못하다. 아무튼 그렇게 도착한 hatfield bar는 오노. 어메이징. 난 그냥 바를 생각했는데 뭐랄까 조그만 광장에 바가 둘러싸고 있고, 광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엄청 멋진 광장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유럽필이 살아있고, 그거 있는 사람들은 바로 옆에 있는 프리토리아 대학교 학생들이 대다수로 보였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맥주 한잔 사기도 힘들었는데, 꾸역꾸역 사이에 끼여서 맥주를 한병 샀다. 나중엔 콜라를 마셨지만, 아무튼 광장에 있는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솔직히 음악에 너무 많은 사람들, 그리고 다들 영어, 아프리칸스로 떠는 바람에 난 정말 애들이 무슨이야기 하는지 못 알아 들었다. 오스트레일리안 둘이 이야기 할 때는 정말 더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나랑 이야기 할 때는 좀 쉽게 해줘서 그런지 괜찮겠는데, 자기들끼리 말할 땐 익숙하지 못한 악센트와 소리 하나에 집중해서 들어야 하는데 옆에서 이놈저놈 떠들어 데니 정말 한마디도 못알아 듣겠더라. 아무튼 그래도 굿 토킹이었고, 유익한 이야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중에 둘이 합쳐 200키로가 넘어보이는 남남커플이 엄청 취해서 지들끼리 레슬링을 하기 시작해서 조금 위험하긴 했지만, 아무튼 재미있었다. 남아공의 프리토리아는 조금 다른 곳이다. 처음 생각했던 곳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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