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미션완수
남아공에 처음 왔을 때 픽업을 해 주셨던 한국 교민께서 우리는 프리토리아 시내처럼 위험한 곳은 처음부터 가지도 않는다고 하셨다. 사실 요하네스버그가 훨씬 위험하지만, 아무튼 그런 곳은 처음부터 안가는게 안전 할 것이라는 노파심에 하신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대중교통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옆에 봉고차 같은 것이 있었는데, 책에서 택시라고 부르고 흑인들이 많이 탄다고 써 있었다. 케이프타운의 교민이 쓴 책에서 흑인 들이 타는 택시는 너무 악명 높아서 이용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또 다른 여행자가 쓴 책에서 차에서 내리지 않고, 집과 회사 건물을 오가는 백인들이 오히려 더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 같다라고 써 있었다. 또 다른 책에서는 관광객 그룹에서 잠시 빠져 나와 흑인들 사는 빈민가로 가려고 하니 사람들이 죽기 싫으면 가지 마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무사히 다녀왔단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람들이 가지도 않고, 하지도 않고, 그저 소문만 듣고 위험하다고 한다 라는 것이 아니다. 위험하니 가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도 흑인들이었기 때문에 분명 위험하다. 그들은 범죄 현장도 보았을 만 하다. 곧 만나게 될 다른 책의 저자는(내일 약속을 잡았다.) 통화 중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도 같다. 해봐야 알지.
그래서 해봤다. 오늘 범죄로 악명높은 매트로를 이용하로 갔다. 가방을 비우고, 돈은 최소로만 준비하고, 기차역으로 갔다. 가자마자 재미 있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교외로 나가는 기차가 들어오고 있었는데, 한 흑인이 급하게 달려와서 울타리를 뛰어 넘어서 기차역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그래야 하나 하고 봤더니 멀쩡한 입구가 있더라. 정말 너무 멀쩡했다. 들어가려고 하는데 할일 없어 보이는 흑인 두명이 역에 앉아 있다. 살짝 쫄았다가 먼저 말을 걸었다. 시내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기차 어디서 타면 되냐? 저기어디로 가서 타란다. 그런데 티켓 파는 곳은 닫혀 있고,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래서 또 물어봤다. 티켓을 안파는데 어떻게 타냐? 그냥 문으로 들어가면 된다. 밀어보니 돌아간다.-_-; 그러니까 아까 흑인이 담뛰어 넘은 것 처럼 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안으로 들어가니 아까 나에게 어떻게 타는지 알려줬던 녀석이 갑자기 따라오면서 기다리란다. 젠장. 올 것이 온 건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 녀석이 기차 시간이 되려면 1시간이나 있으니까 지금 들어가지 말라는 것이었다. 오…….얼마나 친절한지. 그리고 타임테이블을 체크해 보니 정말 한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그 녀석을 그렇게 알려주고 또 하릴없이 기차역에 앉아 있다. 돌아 나오기로 결정했다. 나오면서 전철역 입구에 재미있는 푯말을 발견한다. 정말 위험하긴 위험하구나. 기차역에서 범죄를 예방하자, 다같이 범죄율을 줄여보자 라고 하는 푯말이다. 사실 프리토리아에서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기차는 정말 악명이 높다. 많은 여행객들이 요하네서버그에 내리는 전철역에서 봉변을 당하곤 한단다. 나는 전철역의 전설로 남고 싶진 않다.
아무튼 나는 미션을 절반만 성공하고, 나와서 다른 미션을 수행하기로 했다. 바로 처음 나를 태워 주셨던 교민이 말씀 하신 그 택시 이용이다. 이 택시는 봉고차에 버스처럼 사람들이 이용하는 형태다. 그 분은 내가 타려고 해도 태워주지도 않을 것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정말 안태워 주려나 일단 물어나 보자 생각하고, 택시가 서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기웃 기웃 하다가 내가 전 글에서 소개한 손 지도를 보여주면서 요기 요기 가려고 하는데 타면 되냐 라고 했다. 그리고 그냥 올라탔다. 역시 처음이라서 그런지 조금 긴장된다. 내가 아주 어릴적에 거창읍내에서 외곽 면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했다가 잘못 타서, 엉엉 울면서 내렸던 기억이 났다. 지금은 그래도 잘못 탔으면 걸어서라도 올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탔다. 그런데 이놈들이 친절하게 지들끼리 막 상의를 한다. 얘가 여기 가려고 한다는데 어디로 가야되지? 난 처음에 버스 조수인줄 알았다. 그런데 다 손님들이었다. 그리고 알았다 그러고 한참을 가다가 바로 옆에 있는 봉고차 운전자와 운전자들끼리 막 뭐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다음 정거장 같은 곳에 갑자기 서더라. 대충 눈치 챘다. 환승하는 것이다. 좀 있으니 또 다른 택시가 한대 더 와서 선다. 운전기사 나보고 저 택시로 갈아 타라고 한다. 그리고 택시의 운전자에게 얘가 어디 어디 가려고 한다고 하니, 다른 운전사가 알았다고 하고 나를 옆에 태운다. 물어봤다. “돈 또 안내도 되냐?” 그러니까 “그럼 안내도 되지”. “이야 진짜 좋은 시스템인데?” “그럼 엄청 좋은 시스템이지, 어디든 갈 수 있어~”.
이야 신난다. 도로도 잘되어 있어서 정말 잘도 간다. 금방 목적지 근처에 도착을 했고, 미국식으로 하면 다운타운을 마구 돌아다녔다. 처치스퀘어, 시티홀, 자연사 박물과, 프리토리아 기차, 버스 역 등 등. 전부 클리어 했다.
처치스퀘어는 그냥 스퀘어고, 청사들이 주변에 있고, 별것도 없다. 그냥 아프리카 인들이 점령한 유럽의 광장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리고 역, 역, 역으로 갔는데, 사실은 거기가 거기인지 모르고, 그냥 멀리서 멋진 건물이 보이길래 간 것이다. 가까이 가니 역이라는 것을 눈치 챘다. 그런데 가장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곳이 역이라고 했는데… 또 살짝 걱정이 되었다. 정말 만국 공통인지 거지들도 많다. 불현듯 머리속에 기왕 온김에 표나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Port Elizabath로 가는 표를 찾아야 한다. 인터넷으로 뒤질 때는 정말 버스 타기가 달나라 가는 로켓 타는 것만큼 어려워 보였는데, 막상 가서 보니 너무 쉽고, 버스도 많고, 버스회사도 많다. 그리고 걔네 말로는 언제든지 와서 표를 살 수 있단다. 그래 뭐. 솔직히 내일 일은 난 모르니 갈 때 와서 가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오는 길에 배가 고파질 것이라 예상이 되어 뭔가 먹기로 했다. 내친김에 흑인들과 컬러드가 바글바글한 완전 구질구질한 바로 들어갔다. 내가 들어가니 다들 쳐다본다. 다들 큰 맥주병을 손에 들에 와글와글 앉아있다. 얼마 전에 갔었던 hatfield의 바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어제 월드컵 티켓을 사서 오면서 좀더 비싼 바도 볼 수 있었는데, 완전 휴양지 스타일의 바에 아프리칸스를 쓰는 백인들이 가득 있었다. 취한 뚱뚱한 컬러드 같은 백인이 갑자기 날 보더니, 아비요~ 이러면서 부르스 리 흉내를 낸다. 이놈들은 아시아 사람만 보면 다 부르스 리인줄 아나 보다. 그러너니 너 챱챱 하냐? 이러면서 헛소리를 한다. I don’t know what’s chap. Do you know? 이러니까 막 웃으면서 나도 몰라. 이러더니 막 옆에 애들이랑 신난다고 웃더니 나한테 악수를 청하고 어디로 간다. 20란드에 밥 한바가지와 꼭 고추가루를 뺀 닭도리탕 같은 요리를 한바가지 샀다. 버거집에서 50란드에 마른 패트 햄버거와 감자칩을 사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걔네들 틈새에 끼여 앉아서 먹기 시작했다. 아무튼 다들 나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그렇게 적대적이지도, 그렇다고 호의적이지도 않다. 한참 먹고 있으니 역시나 거지 같은 아저씨들이 좀 달라고 한다. 거지 맞다. 그러니까 거기서도 거지 같은 애들이 들어갈 수 있는 바에서 나는 밥을 먹고 있는 것이다. 나 다 먹고 남으면 준다고 한 후 다시 먹기 시작했다. 사실 양이 엄청 많아서 잘됐다고 생각하며 실컷 먹고, 아저씨들에게 넘겼다. 맥주는 사 마시면서 밥은 안사는 놈들. 아무튼 안주로든 뭐든 잘 먹어라.
다음은 자연사 박물관. 워싱턴 만은 못하지만, 한국 보단 훨씬 몇배는 괜찮다. 솔직히 아주 괜찮다. 정말 인상적이다. 미안하지만, 오래전에 아프리칸스 백인들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흑인들이 한 건 아닌 듯 하다.
그리고 슬슬 숙소로 돌아와 볼까 생각하며 택시 정류장을 찾아 간다. 그런데 솔직히 너무 어려운 것이, 처음 탈 때는 차가 서있었고, 내가 물어볼 사람들이 있었는데, 서있는 사람들이 없다. 이 택시가 웃긴 것이 막 지나다니면서 사람들을 쓸어 담듯이 태운다. 그런데 내가 어디서 이것들을 잡아 세울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고민하면서 걷고 있는데, 옆에 교회가 보이더라. 사실 처음 나설 땐, 교회를 갈 생각을 하고 나섰다. 잘 됐다 싶어서 그냥 들어갔는데, 다행인지 흑인들 교회였다.
문제가 있었다. 이놈들이 자기들 말로 설교를 하는 것이다. 아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아프리카를 오기전에 동 아프리카 공용어라는 스와힐리어를 조금 공부했었는데, 스와힐리랑 조금 비슷하긴 하지만, 다른 말 같았다. 그리고 앉아 있는데, 전도사 즘 되 보이는 사람이 옆에 와서 통역을 해 주겠다고 한다. 그러니까 영어로 해 주겠다는 말이다. 좋다 그러고 설교를 듣기 시작했다. 재미있게도 헌금에 관한 설교다. 하하하~ 어디는 참 비슷하다. 아무튼 괜찮은 설교였다. 출애굽기가 본문이었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를 다닐 때 이야기였다. 주 내용은 하나님은 너무 크신 분이라 얼마를 내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바치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그러니 절대 빈손으로 예배하지 말라. 뭐 이런 내용이었다. 그리고 헌금을 걷는데 좀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아무튼 긴 긴 예배가 끝이 나고, 거기 애들이랑 이야기를 시작했다. 몇몇 청년들은 너무 신나하며 나를 반긴다. 솔직히 말하자면, 몰에서 한국 사람 몇 명 만났는데, 그 녀석들은 교회 가겠다고 하니까 왜 올라 그러지? 이런 표정으로 경계부터 했었다. 여기서 흑인 애들이랑 전화번호를 교환 했다. 다들 필요한 일 있으면 연락하란다. 땡큐 애니웨이. 그리고 아까 통역을 해준 전도사 같은 사람이 나를 숙소 앞까지 태워다 줬다. 사실 좀 컴컴해지기 시작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잘됐다. 안되면 잡아서 태워 달라고 라도 할 생각이었다. 잠시 동안 이야기 했지만, 정말로 진심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도와달라고 앞으로 전화 많이 할거다 친구들아 걱정 마라.
숙소로 들어오니 벌써 전화가 한통 와있다. 이 녀석들 진심이다.
오늘은 참 뿌듯한 날이다. 유럽피언들도 정말 친절하지만, 이렇진 않다. 아무튼 좋다
돌아다니면서 경찰들을 보기가 참 힘들었다. 사실 폴리스 뮤지엄이라는 곳 옆도 지나갔는데, 경찰들을 길에서 봐야지 박물관에서 봐서는 안될 일이다. 공권력이라는 것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한국 같은 상황에서는 공권력 자체가 거의 범죄 집단에 가깝지만, 남아고 같은 경우는 강한 공권력이 정말로 요구 된다. 흑인과 백인들의 인종 갈등이 여전하고, 체제가 바뀐지 정말 얼마 되지 않은 남아공 사람들은 분명 공권력에 치를 떨 것이다. 하지만, 공권력은 어떤 의미에서는 돈과 직결 되기 때문에 정말 이런 곳에는 필요 하다. 미국 필라델피아와 남아공 프리토리아는 내가 느끼기에 정말 비슷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프리토리아에 비
하면 과연 파시스트에 가까울 것만 같은 필라델피아의 공권력. 미국을 미국으로 만들고, 남아공을 남아공으로 만든 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역시 양날이 검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조금만 치안이 안정이 된다면, 남아공에서 장사를 하는 것이 정말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잘 해하겠지 똑똑한 남아고 정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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