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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월드컵 티켓구입

Africa/아프리카여행일기

by 금강력사 2010. 5. 3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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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한국vs그리스전 티켓을 구입하다.

어제부터 돌아 다닐 땐 카드만한 종이에 지도를 그려서 다니기 시작했다. 몇 가지 장점이 있다. 먼저 주머니에 간단하게 넣어서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론니플래닛을 다 들고 다니기는 무거운 감이 좀 있다. 지도를 가는 족족 펴보는 것도 사실 번거로운 일이다. 하지만 카드형 지도는 주머니에 넣기도 간단하고 빼서 보기도 쉽다. 정말 편리하다. 두 번째는 지도를 손으로 그리면서 그 지역의 지형을 간략하게 파악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지역에서 가면 늘 지리를 먼저 파악 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지도를 그리면 그리면서 동시에 지리파악이 된다. 사실 한번 이렇게 그리고 나면 어지간해서는 다시 보지 않아도 쉽게 돌아다닐 수 있다. 사실 요즘은 스마트폰에 지도서비스가 워낙 잘 되 있어서 이런 손지도가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방향감각이 없는 사람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든 잘 찾아갈 수 있는 세상이다.

 어쨌든 난 스마트폰이 아직 없기 때문에, 카드 지도를 만들어서 주머니에 넣고 출발했다. 한참을 걸어서 프리토리아의 큰 쇼핑몰이 있는 브루클린에 도착했다. 일단 배가 고팠기 때문에 먼저 좀 먹기로 했다. 에너지 보충과 건강을 위해서 고기를 먹어줘야겠다는 생각에 립매뉴를 선택했다. 오징어 링과, 프랜치프라이, 립, 야채 조금, 오랜지 주스 이렇게 80랜드.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다. 배부르게 먹었다. 어제 쓴 글을 조금 수정할 필요가 있겠는데, 남아공의 음식값은 한국보다 많이 싸다. 하루에 만원정도면 세끼를 고기로 먹을 수가 있다. 단 버거 같은 프랜차이져 음식들이 비쌀 뿐이었다. 재료는 상당히 싸다, 인건비도 싸다. 그런데 프랜차이져는 비싸다. 여기는 아직도 음식장사 하면 남는 돈이 많다는 이야기다.

 돌아올 때는 음식재료를 50랜드 치 정도 사서 숙소에 와서 해 먹었다. 일요일 하루 종일 먹을 수 있는 만큼 샀음에도 50랜드 인걸 감안 한다면 아주 싼 가격이다.

 배를 채운 후에 티켓 파는 곳을 찾아 나섰다. 몰이 생각보다 너무 커서 찾기가 상당히 힘들었는데, 여기도 미국 스타일을 따라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見物生心이 라는 것이 맞는게, 몰에 들어와 물건들을 보니 자꾸 사고 싶어진다. 티셔츠도 지금 두 장 밖에 없고, 바지도 수영복 반바지 하나, 면바지 하나, 등산용 추리닝 바지 하나 밖에 없다. 그러니까 면바지 하나 라는 이야기다. 진 이 하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아프리카에 가서 이것 저것 버리고 오리라고 생각했는데, 버리긴 커녕 사게 생겼다. 물건값도 한국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싸기 때문이다. 소비재라는 단어 자체가 무서운 것이 필요를 스스로 만들어 낸다. 없을 땐 필요하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다가도 보이면 필요할 것만 같다. 사실 아프리카를 올 때 뭐가 필요하다 안 하다 다 판단해서 짐을 쌌다. 그리고 심지어 그것도 많다고 생각하며, 여기 저기서 버리기를 작정했다. 그런데 몰에 있는 물건들은 여전히 필요해 보인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견물생심은 정말 소비중심의 경제를 파악한 단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여전히 나에게 필요하지 않게 보이는 것은 다이아몬드. 남아공은 세계적인 다이아몬드 생산국이다. 그게 남아공경제에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진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아프리칸스 아저씨와 다이아몬드 이야기도 잠시 했지만, 다행히 나에겐 전혀 필요 해 보이지 않았다. 다이아몬드까지 나에게 없으니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그건 정말 중증이다. 소비재 경제에 중독되어 있는 것이라.

 아무튼 티켓파는 곳을 찾으니 몰 입구로 가서 줄을 서라고 한다. 줄을 서로 가니 손등에 도장을 찍고 번호를 써준다. 그리고 그곳에서 1시간여를 기다렸다. 다행이 바로 내 뒤에 아프리칸스를 쓰는 남아공 백인 아저씨와 수다를 떤다고 시간을 지겹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물론 둘다 어설픈 영어로 수다를 떨었다. 이 아저씨는 네덜란드 게임을 사려고 한단다. 나중에 네들란드에서 온 녀석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아프리칸스는 홀란드 사투리즘 된다. 즉, 네들란드 계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네덜란드 게임표를 사려고 하는 것이구나.

 아무튼 그리고 몰 안으로 다시 들어가니 또 줄을 선다. 그곳에서 1시간. 총 두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티켓 파는 곳으로 들어가서 다시 20여분. 결국 한국 티켓을 구입할 수 있었다. 티켓이 너무 이쁘게 생겼다. 또 다른 수확이 있었는데, 그 네덜란드 아저씨가 수줍게 자기 명함을 건네면서, 나중에 프리토리아 있을 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을 하란다.

광자공에서 일하면서 3주 이상을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도움 받을 곳이 한곳 더 늘었다. 아! 한가지 더. 한국 유학생들이 지나가길래 잡아서 전화번호를 물어봤다. 어학연수를 온 듯 한데, 나중에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문제가 생겼다. 티켓을 사고 나니 5시가 조금 넘었는데, 벌써 어둑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의 계산 착오. 이곳의 시간은 가만 보니 6시면 환하고, 5시면 컴컴해진다. 부랴부랴 저녁거리를 사서 길을 나선다. 올 때 보통걸음으로 45분 정도 걸렸으니, 빠른걸음으로는 30분이면 족하리라. 열심히 열심히 걸었다. 솔직히 좀 긴장도 되고, 걱정도 된다.

 오는 길에 흑인 백인 꼬맹이들 (내가 보기엔 날라리다.)이 술사고 싶은데 사줄 수 있냐고 물어본다. 난 그냥 여행객이라서 미안. 이러고 길을 재촉한다.

 안좋은 소문에 긴장을 한 탓인지 흑인 애들만 나타나도 쫄린다. 마인드 컨트롤을 시작한다.

내가 위험한 사람이다. 난 범죄자. 어디 털만한 녀석 없나?

 효과가 있다. 어두운 곳을 좋아하게 되고, 누가 나타나면 털만한 놈인지 아닌지 판단을 한다. 기가 살아난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걸음걸이도 대담해지고, 주변 시야도 넓어진다. 여러모로 좋다. 아무튼 그렇게 걷다 보니 숙소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다.

 위급상황이 아니면 왠만하면 이런 짓은 다시 하고 싶진 않다. 밤거리를 걷는 것도 힘들고, 리스크가 너무 크다.

 오늘은 티켓 한장 샀는데 너무 피곤하다. 하지만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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