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나를 죽여라. (부재: 이덕일의 시대에 도전한 사람들)
이 책에 대해서 말하려면 먼저 지은이에 대한 이해가 따라야 할 것 같다. 우선 이덕일 선생님의 호는 천고(遷固)이며 역시나 역사를 전공하셨으며, 지금도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의 소장으로 활동하고 계시다. 물론 또 다른 책의 집필 활동을 계속 하고 계실 것이다.
숭실대에서 한 학기를 재학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이 작가의 학력이 눈에 띄었다. 동시에 네이버 인물검색에 사람의 경력보다는 학력이 먼저 나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 할 수 있었다.
지금 대중적으로는 ‘역사 글쟁이’로 불리 우고 있으며, 작가가 집필한 책들 중에는 ‘아나키스트 이회영과 젊은 그들’ 이라는 상당히 진보적인(정치적 진보를 칭하진 않지만 그럴 수도 있다.) 제목도 눈에 띈다. 동시에 ‘당쟁으로 보는 우리 역사’,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 ‘조선왕을 말하다’ 등 유학과 한국 고대 국가들의 정치사 특히 조선 정치사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관심과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도 엿볼 수 있다.
앞서 작가의 학벌을 언급 하였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의 주류라고 불리는 집단은 학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심지어 한국 대중음악계의 양대 산맥이라 여겨지는 두 집단의 대표들의 학벌들마저도 그 주류의 한 부분을 차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덕일 작가는 비주류이다. 하지만 그는 강하고, 그 어떤 주류 역사학자들 보다 대중들과 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일까. 이덕일 작가의 ‘시원하게 나를 죽여라’는 한국 과거 사회의 비주류였지만 강한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쩌면 지금의 작가를 있게 했던 사람들일 지도 모르고, 작가가 부활시키고 싶은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출현하는 인물들은 정말이지 화려한 비주류가 대부분이다. 정도전, 허균 등을 비주류에 분류하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그들 역시 자신의 뜻을 알아주는 강한 서포터 들이 없었다면, 그들 역시 목소리 큰 비주류로 인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출연자들은 하나같이 꼬장꼬장한 인물들이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이들이 주장이나 이들의 철학이 정말로 그 시대에 옳았던 것이었을까 하는 의문은 남아 있지만, 그들이 자신이 믿는 것을 끝까지 지켰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과거 한국을 지배했던 유학자들의 특징이 이런 것 이었을까?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에 잠깐씩 들러리로 출현했던 인물들 중에서도 자신의 이익과 속한 당의 이익을 위해서 배운 지식과 보고 들은 사실들을 무시하는 유학자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출연자들의 말로는 대부분 비참하다. 편안하게 죽은 사람들을 찾는 것마저도 힘들다. 정치적 비주류의 최후는 꼭 이렇게 비참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최소한 그들 중에는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던 사람도 있었지만, 부귀영화를 누렸던 사람은 없었다. 이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작가는 서문에서 말한다.
‘너희들의 시대는 나의 시대와는 다른가.’
이 책을 2008년도에 한겨례출판에서 발행하였다. 참고로 등록은 2006년 1월에 완료되었다.
한겨례가 2008년에 부랴부랴 발행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경제가 주류를 넘어서서 세계의 질서가 되었고, 이윤추구가 인간의 존재 이유가 된 현 시점에서 시원하게 나를 죽여 달라고 말하는 이 책의 인물들의 명분과 논리는 어쩌면 우리의 눈에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들을 통해서 2010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단순히 이런 시대도 있었구나, 참 고집하나는 대단한 사람들이구나 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작가는 단순히 역사의 인물들을 우리 앞에 풀어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논리에 설득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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