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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어지럽게 즐김.

Africa/아프리카여행일기

by 금강력사 2010. 7. 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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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어지럽게 즐김.

 아침엔 영국 매거진에서 일하는 아줌마 소개로 PHANSI MUSEUM을 찾아갔다. 너무 아침 일찍 가서, 잠시 기다려야 했다. 이 박물관은 흑인들 전통 의상과 물건들을 모아 둔 곳인데, 쉽게 이야기 하면 개인이 수집한 박물관이다. 영국아줌마는 이곳을 정말 좋아한다고, 아프리카에 이런 곳은 없다고 한다. 내가 봐도 지금까지 남아공을 돌아다니면서, 흑인들의 오래된 물건들을 이렇게 수집해 놓은 곳은 보지 못했다. 이곳의 큐래이터 아줌마가 너무 자세하게 설명을 하는 바람에 시간이 좀 오래 걸리긴 했지만, 덕분에 재미도 있었다.

솔직히, 남아공에서 흑인들 전통 문화를 접할 기회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프리카에는 아직도 자기들의 전통생활 양식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살아가는 부족이 많다. 그렇지 않더라도 여기저기서 관광자원으로 활용을 하고 있다. 그러니 박물관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잘 찾아가지도 않을 뿐더러, 이렇게 의미 있게 수집하는 곳도 없는 것이다.

1950년대에 한국에서 한국사람들의 전통적인 생활양식이나 의상들을 수집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여전히 한복을 입고, 가마로 밥을 짓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아프리카는 자신들의 생활양식을 지키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언젠가 그들도 마치 한국사람들이 지금 가마에 밥짓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아무도 자신들의 전통 생활양식을 지키지 않게 될지.. 그건 남아공의 많은 부족들이 현재 어떻게 살아가는지 만 봐도 답이 나온다.

 

그리고 돌아오니 10시가 조금 넘었다. 원래 내일 아침에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돈낭비 시간낭비 같아서 오늘 저녁에 출발하는 버스로 표를 바꾸려고 했다. 구경이나 할 겸 걸어서 버스역 까지 갔다.

요즘 기차역 버스역 가지 말라고 외교부에서 맨날 문자질인데, 도대체 기차랑 버스를 안타면 어떻게 이동하라고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 비행기만 타고 다니라는 거냐? 얼마전에 남아공대사가 인터뷰에서 자기는 한번도 다운타운을 간 적이 없다고 자랑스럽게 말을 했다고 하던데(믿을만한 사람이 믿을만하게 해준 이야기다.), 이 등신은 그러고도 남아공 대사라고 할 수 있는지 난 정말 모르겠다. 아무튼 기차역 버스역이 뭉쳐있는 곳으로 갔다. 한국도 그랬지만 큰 역 근처는 어디든 늘 엉망이다. 이곳도 마찬가지. 가만 보니 역은 크게 세 분류로 나눠진다. 남아공 큰 도시들에는 도시간 장거리 철도역, 도시간 버스역, 전철 그리고 결정적으로 흑인들만 이용하는 (한국으로 치면 옛날 시골 간선) 버스역 정도가 한곳에 뭉쳐 있는 듯 했다. 어쩌다가 흑인들만 이용하는 곳으로 가게 되었는데, 정말 재미있다. 솔직히 엉망이다. 버스는 엄청 낡았고 여기저기 서서 마구 탄다. 미니버스들이 어지럽게 왔다 갔다 하고, 난전이 형성 돼 있다. 내 블로그를 외교부에서 보면 날 잡아가고 싶어하겠지?

 결국 내가 산 그래이하운드 사무실을 찾아 갔는데, 오늘 밤에 떠나는 조금 싼 버스표는 다 팔렸단다. 그리고 내 표도 환불이 안되고 교환만 된단다. 다른 버스 회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젠장 꼼짝없이 하루 더 자게 생겼다. 할 수 없지.

 슬슬 피곤하고, 뭐할지 하다가 약 삼십분을 걸어서 해변으로 갔다. 바다 한번 보니 힘이 난다.

 더반은 카지노가 있는 도시인데, 우리나라 강원랜드 즘 되는 것 같다. 강원랜드는 안가봐서 모르겠지만, 아무튼. 해변에 바로 카지노가 있다. 거기에 음식점도 함께 있어서 먹을 겸 들어갔다. 물론 카지노와는 분리 되어 있다. 스시바가 있어서 쌀 좀 먹을 생각에 들어갔더니, 태국애인지 동남아 애가 하고 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거기에는 스시라고 부를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골라골라 세 접시 먹고, 차 한잔 마셨는데 100R가 좀 넘게 나왔다. 억울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그 동남아계 애는 나를 보더니 멀찌감치 가버린다. 계속 내 눈지를 본다. 자기도 아는 듯하다. 자기가 얼마나 엉망으로 생선밥을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잠시 카지노에 들어가서 동전을 털어서 머신 몇 개를 돌렸다. 그런데 어느새 동전들이 한 주머니가 모였다. 땄다는 이야기다. 아 동전 다 털어버리고 나올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많이 생기다니. 어디까지 가나 보자, 더 이상 못 들고 나올 때 즘이 되면 나오리라 생각했는데, 역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금방 나와서 어디로 갈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쇼핑을 좀 하기로 했다. 전화카드와 우체국이 필요했다. 엽서를 보내야 한다. 미니버스를 탈 작정을 하고 있었는데, 왠 백인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르치면 차를 몰고 온다. 미니버스를 탈 때 손가락을 위로 향하면 타운으로 간다는 이야기다. 그럼 바로 서서 태워준다. 그래서 나도 손가락을 위로 가르쳤더니 차를 세운다. 히치하이킹이다. 차 뒤에는 그리스 국기가 걸려 있다. ㅎㅎㅎㅎ

 그리스 서포터즈냐? 물으니까 맞단다.

ㅎㅎㅎㅎ 난 한국사람이다.

아 이거 좋지 않은데~ 이런다.

나 내일 Port Elizabeth간다 그러니까 자기도 간단다.

악수 한번 한다.ㅎㅎㅎㅎ 둘다 신났다.

이 사람은 더반 대학교에서 강사를 하는데, 지금 월드컵시즌에 다큐맨터리를 만드는 촬영팀에 들어갔다고 한다. 나도 미디어에 관련된 일을 한다고 했다. 블로거라고 했다. 좋다고 웃는다. 나도 아주 조금 내 블로그 팬이 있다고 했다. 좋단다. 그리고 타운까지 태워주면서 이런 저런 설명을 해준다. 둘다 폰으로 인증샷 한방씩 찍고 헤어졌다.

우체국을 찾아서 우표를 사고, 엽서를 보내고, 열받는 스시 몇조각을 인도음식으로 달랜다. 돌아다니면서 국제전화 카드도 산다. 그리고 다시 미니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어제 미니버스에서 한번 짜증나는 일이 있었지만, 오늘도 역시 탄다. 겨우 3R만 내면 어디든 간다. 숙소 근처까지 왔는데, 그냥 내리지 않고 계속 타고 가봤다. 종점이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더반의 언덕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한바퀴 돌아 내려오는데 경치가 정말 끝내줬다. 뜻밖의 수확이다. 투어 상품 같다. 풍경이 꼭 샌프란시스코 같다. 언덕 따라서 집이 좍 있고, 길 아래로 열대 관목들이 이어져 있다. 그리고 그 아래로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진다. 아침에 영국아줌마에게 캘리포니아 비슷하다고 했더니 엄청 동의 했는데, 정말 캘리포니아의 작은 마을 같다. 그리고 그 사이로 하얀 스타디움은 바다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좋은 풍경이다. 마음이 녹는다.

차장하는 녀석이

너 왜 안 내리냐고 하길래,

아까 목적지를 지나쳤다고 했더니,

아 이런 하면서 어쩔 줄 모른다.

이번엔 착한 콤비다. 어제의 양아치 콤비랑은 다르다. 어제 그놈들은 딱 봐도 양아치다. 봉고에 우퍼 스피커를 달아 놓고 클럽비트를 계속 울려 댔었다. 이번에는 구린 봉고차에 소심한 운전 수다.

난 괜찮으니까 내릴 때 말 할게 라고 하고 여행을 즐겼다. 뒷사람들 동전도 거슬러 주고, 돈도 패스패스 해준다. 원래 여기 사람들은 다 이런다. 중간에 사람이 다 돈을 모아서 차장에게 건내 준다.

프리토리아와는 좀 다른 것이 프리토리아에는 차장이 없고, 그냥 운전수 옆에 앉은 사람이 돈을 받고 나머지가 모아서 준다. 그리고 차장 자리에 앉은 사람이 그냥 알아서 문을 열고 닫고 한다. 조벅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외의 상황을 즐기고 들어와서 숙소 주인에게 하룻밤 더 있어야겠다고 했다. 이 게스트 하우스가 좋긴 좋은 것이 꼭 집에 들어왔다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홈~ 스윗홈~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시 쉬다가 배가 고파졌다. 해먹을까 하다가 더반의 마지막 밤을 게스트하우스에 앉아서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밖으로 나갔다. Windemere의 레스토랑들을 죽 훑어 본 후 타이 레스토랑을 가기로 했다. 그러니까 내가 가기로 했다. (마치 토론을 하고 결정한 것처럼 이야기 하니 조금 혼자서 웃기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입구에서 메뉴를 좀 봐도 되겠냐고 했더니 웨이트리스가 친절하게 이것 저것 물어보면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막 신기해 하면서 자기 레스토랑에 타이 쉐프는 4명이 있지만 한국에서 온 사람은 처음 봤다며 어필을 해댔다. 낚이는 샘 치고, 어차피 아시안 푸드가 있으면 먹을 생각 있으면 먹을 생각이었기에 들어가서 앉았다.

흑인 남자 웨이터가 와서 주문을 받는다. 역시 친절하다. 메뉴는 레드 커리 치킨 누들. 요리가 나왔는데 상당히 괜찮다. 오랜만에 음식 같은 음식을 먹는다. 솔직히 지금까지 남아공의 음식들은 정말 별로 였다. 아프리카를 올 계획을 하면서 아프리카 음식들도 좀 봤는데, 정말 레시피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었다. 남아공은 그나마 영국과 네덜란드계 이민자들이 많이 살아서, 맛없는 영국식 피쉬와 칩 등의 음식들이 좀 있는 정도라고 들었다.

남아공이 미국처럼 발전을 하면서, 해외 이민자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으로 보여졌다. 물론 근처 인도와 북아프리카와 서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많지만, 이민자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은 중국애들이 역시나 마구 밀고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나의 ~ 사운드를 끌어내지는 못했지만, 만족 싸인 정도는 받아 낼 음식이 나왔다. 더구나 배가 고팠고, 아시아 음식에 버거에 질리고, 한국음식을 그리워하던 나는 누들을 다 먹고 난 후, 남은 커리와 야채에 밥을 비벼 먹기로 생각한다. 밥한그릇을 더 주문해도 되냐고 물어보니 된단다. 한국식으로 비벼 먹는다.

갑자기 안암동이 그리워 진다. 밥은 맘껏 퍼먹을 수 있는 아름다운 곳, 안암동.

아 아무튼 만족. 맛있게 먹었다. 웨이터 들도 친절하고, (windemere의 레스토랑들은 서비스 정신이 살아 있는 느낌이다.)음식과 분위기도 괜찮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를 낚았던 웨이터리스에게 부탁이 있는데 내가 여행다니면서 젓가락이 너무 필요했는데, 젓가락 좀 내가 keep해도 되냐고 물었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젓가락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적이 참 많았다. 젓가락 종류도 우리가 짜장면집에 많이 볼 수 있었던, 흰색 플라스틱 젓가락이다. 센스있게 no 5 rand 라고 크게 말하면서 keep it이라고 한다. 기분이 좋다. 그리고 흑인 웨이터가 빌을 가지고 왔을 때, 내가 남아공 문화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 여기도 팁을 받냐고 하니, 웃으면서 너네 나라 식으로 하라고 한다. 우리는 없는데, 난 그냥 너네 식으로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그럼 안받겠단다. 그래서 안 줬다.

아무튼 나오면서 이 두명의 웨이터와 축구이야기도 하고 더반 이야기도 하면서 악수를 했다. 내가 레스토랑에서 일해본 경험을 비춰 봤을 때, 이 둘은 정말 잘하는 것 같다. 당골을 만들 줄 아는 애들이다. 누가 아나 내 블로그를 보고 다른 한국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지. 아 이런. 이름을 잊어 버렸네. windemere언덕 시작점에 있는 타이 레스토랑이다.

 

계획 없던 오늘 하루는 아무 계획이 없었기에 의외의 성과물로 채워진다. 특히 마지막으로 밥을 배부르고 기분 좋게 먹음으로써 마침표를 찍었다.

잠 잘자고 내일 버스를 꼭 타야지.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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