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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고아원에서의 주말~

Africa/아프리카여행일기

by 금강력사 2010. 6. 1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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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고아원의 주말.

 오늘 사비나의 언니의 차를 타고, 림포포를 조금 돌아 다녔다. 림포포의 자연환경은 특이하다. 내가 아직 아프리카의 다른 곳들을 많이 보진 못해서 특이하다고 하기는 좀 그런감이 있지만, 아무튼 이곳의 환경은 내가 지금까지 경험 했던 것들과는 다르다. 사진을 봐서 알 수 있겠지만, 일단 황량한 벌판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과연 사람이 살까 싶은 황량한 벌판에 집이 일정한 간격으로 다 채워져 있다. 타운은 멀리서도 타운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냥 사람 사는 곳은 얼핏 봐서는 절대 사람 사는 곳 같지가 않다. 그렇다고 사람이 안사는 곳이 사람 사는 곳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사람사는 곳이나 안사는 곳이나 황량한 벌판같다.

 고아원이 있는 이곳은 이름도 nobody 이다. 정말 그럴 것 같지만 누군가 살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구 같은 분지 지형을 사방에서 쫙 잡아 당겨서 5배 쯤으로 만든다면 림포포의 폴로카네 같은 지형이 될 것같다. 사방에 산으로 둘러 싸여져 있는데 솔직히 저 산에 둘러싸여져 있다고 하기에는 그저 지평선처럼 보인다. 남쪽으로는 단층지형을 드러내 놓은 산맥이 병풍처럼 늘어져 있는데, 정말 멀리 보인다. 내 사진기로는 찍히지도 않는다. 나 정도로 어지간히 눈 좋은 사람 아니라면 단층지형이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어림잡아서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대략 30~50키로 정도 멀리에 펼쳐져 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뚜렸하고 선명하게 보인다. 림포포로 오는 길에 거창의 돌산 같은 것들을 봤는데 아마 산맥처럼 드러나 있는 단층지형과 관련이 깊을 것이다. 해가 지는 서쪽으로도 마찬가지로 지평선 같아 보이는 지점에 산들이 보이는데, 완만한 산맥이 이어져 있다. 동, 북쪽은 완만하게 펼쳐져 있고, 산이 점점히 둘러 쌓고 있으며 멀리는 역시 산맥이 보인다. 이곳도 거리는 대략 50키로 전방일 듯 하다. 정리를 하면 완만한 산맥으로 둘러싸인 평원이 100키로 정도 지름이 되는 원형으로 형성된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재미있게 이 지형은 생성 된지 상당히 오래된 것 같다. 차별침식 흔적이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중간중간에 언덕들이 솟아 있는데, 마치 제주도의 오름 같다. 하지만 이곳의 언덕들은 다 큰 바위들이다. 강한 바위들이 갈색 몸을 드러내고 산처럼 솟아 있다. 제주오름이 땅속에서 용암이 분출된 것이라면, 이곳은 땅속에 화강암이 오랜 침식끝에 산처럼 남아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중고등학교 지리와 이중전공 선택이었던 지구과학이 이럴 때 쓸만하다.

 동시에 평지 위에 볼록하게 올라온 고원지대이고, 주변에 불빛이 정말 약하기 때문에 별을 관찰하기도 너무 좋다. 관찰이라기 보다는 감상으로 하자. 십분 정도만 하늘의 반구를 바라보고 있으면 별똥별 한두 개쯤은 쉽사리 볼 수 있다 어릴적 거창에서 산 위에 올라가면 볼 수 있었던 광경이 이곳에서는 매일 펼쳐 진다. 살짝 남쪽하늘에 동서방향으로 은하수가 늘어져 있고, 백조자리가 선명하게 날개를 펼치고 있다. 6시 즘이면 해가 지고 바로 위에 시리우스가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떠있고, 그 오른편으로는 살짝 파란빛을 띄는 별과 붉은 빛을 띄는 별이 나란히 떠있다. 그냥 화성과 천왕성이라고 추측하고 싶지만,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곳에서 별자리 찾는 것은 별이 너무 많아서 어렵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하늘 반구가 워낙 동그랗고 넓게 관찰돼서 별이 뜨는 순간부터 지는 순간까지 마음만 먹으면 관찰 할 수 있다.

 

 내가 이렇게 들판과 하늘을 자세히 쓰는 것은 그만큼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타비소가 왔다. 조벅에서 대학을 다닌단다. 내일 프래드는 조벅으로 엄마를 보러 간단다. 18살 이다. 프래드가 이렇게 신나 하는 건 본적이 없다. 하루 종일 상기된 목소리로 전화를 하는가 하면, 음악만 나오면 춤을 춘다.

 20살 타비소는 입양됐다고 볼 수 있겠다. 원래 이곳에서 자랐는데 지금은 스폰서가 있단다. 사진들을 얼핏 봤는데 백인 같았다. 그러니까 입양 된게 맞겠지? 알프래드는 나랑 같이 랩을 했던 친구다. 동생도 있고 할머니도 있는데, 이곳에서 먹고 자면서 많은 일을 한다. 일꾼이다. 부모님은 돌아가셨다. 나중에 뭔가 잘 됐으면 좋겠다.

타비소는 오늘 처음 봤는데 랩탑과 음향시스템을 가방에 넣어서 와서 애들이랑 게임을 하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틀어서 클럽 분위기를 연출한다. 내가 랩탑의 사진에 관해서 물어보니, 금방 내 의중을 짐작하고 그녀는 나를 위해서 뭐든지 해줘. 라고 대답한다. 똑똑한 친구다. 괜찮은 환경에서 오래 살다 보니, 이곳의 생활이 조금 불편해 보인다. 저녁을 먹는데 양파와 고기를 다지지를 않나, 티를 그냥 컵에 넣어서 안 우려 내고, 티팟에 따로 넣지를 않나 뭔가 고급이다. (원래 여기 요리하는 방식이 그냥 있는 데로 다 집어 넣어서 기름에 볶든지, 푹푹 삶는 거다.) 조금 불편하지만 자기가 자란 곳의 향수 때문에 방학이면 이곳에서 몇일 생활하는 듯 하다. 언제 오는 거냐고 하니 방학이 되면 온단다.

 알프래드이고 이곳에서 자랐지만, 뭔가 둘의 운명이 많이 달라 보인다 둘다 그 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밝아 보이고, 서로 좋아하는 것 같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마리에타(30세)는 오늘 저녁에 보이지 않는다. 아까 나보고 술은 마시냐 이러면서 물어보더니, 내가 밖에 사진 좀 찍고 온 사이에 어디론가 사라져서 아직도 들어올 생각을 안한다. 오늘은 밖에서 잘 생각인가 보다. 사비나언니와 드라이브를 나갈 때 화장에 썬그라스를 끼고 청바지를 입고 나왔는데 그대로 사라졌다. 아무리 황량한 벌판 같은 곳이더라도 주말은 주말이다.

 

 사실 바로 근처에 바가 하나 있는데, 내 눈에는 최소한 밖에서는 바(bar)로 보이지 않는다. 누런 패인트칠이 된 건물에, 패인트로 맥주이름과 가격이 써있는 정도 이다. 내일 아침에 생각 난 김에 사진을 찍어볼까 한다. 사실 내가 거기를 갈 이유가 현재는 없다. 그곳에서 어두워진 후에 음악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내가 잠들기 전에 꺼질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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